[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전기료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올해 1월에 이어 추가적으로 전기요금을 올릴 가능성이 큰데 이와 같은 전기료 인상은 삼성전자 등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늦추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올해 전기료로만 3천억 더 낸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부담도 커져

▲ 한국전력의 전기료 인상으로 삼성전자의 2023년 전기료 비용이 3천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사업장.


17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새해 들어 산업용 전기요금을 kWh당 13.1원 올리면서 삼성전자의 2023년 전기료 부담이 2022년보다 3천억 원 이상은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한 기업은 삼성전자(2만558GWh)였다. 반도체 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

반도체를 제조하는 공간은 정밀한 온도 제어가 필수적인 만큼 냉난방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고 공장 내부에는 오염물질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공기를 끊임없이 순환하는 데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요된다. 

무엇보다 반도체산업에서 사용하는 노광장비, 이온 주입기, 식각 장비 등 첨단 장비에 많은 전기가 들어간다. 이 때문에 전기료 인상은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기업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올해 전기요금이 kWh당 13.1원 인상된 만큼 삼성전자가 지난해만큼만 전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해도 전기요금 부담은 단순계산으로 2693억 원이 증가한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평택공장 가동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전기료가 3천억 원 가까이 증가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감산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게다가 한국전력은 올해 추가로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전력구매 비용이 판매가격보다 더 높은 역마진 구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kWh 당 177.7원에 전력을 구매해 140.4원에 판매했다.

이 때문에 산업통산자원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kWh 당 51.6원까지 전기요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3월20일 전후로 추가 인상 여부를 담은 전기요금안을 발표한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환경이 최악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14년 만에 적자전환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료 인상은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부각된다.
 
삼성전자 올해 전기료로만 3천억 더 낸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부담도 커져

▲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그린센터'를 통해 정화된 물로 조성한 연못 모습. <삼성전자>

발전단가가 비싼 친환경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삼성전자는 전기료 인상이 더욱 부담스럽다.

삼성전자는 2022년 9월 전력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간접배출을 줄이기 위해  RE100에 가입했고 2050년까지 사용 전력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전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국제 캠페인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전체 전력 사용량의 15.2%였던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1년 20.5%까지 확대했다. 또 2025년에는 중남미 지역, 2027년에는 DX부문의 국내외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한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라인을 지속해서 증설하는 가운데 전기요금이 지금처럼 상승한다면 신재생에너지 전환에는 막대한 추가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현재 사용하는 전체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어느 정도의 추가 비용이 필요한지를 현재로선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어렵다.

다만 삼성전자가 2021년 100% 재생에너지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했다고 가정하면 약 1조5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REC 가격은 지속해서 상승하는 추세인 만큼 향후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환 비용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경제단체들은 기업들에게 금융·세제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2022년 9월 낸 논평에서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과 한국전력 적자를 고려할 때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최근 고환율-고금리-고물가에 더해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들에게 매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금융·세제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