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SDI가 올해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부터 삼성SDI를 이끈 최윤호 대표이사 사장은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전략을 내세웠는데 취임 첫해부터 확실한 성과를 거뒀다.
 
삼성SDI 3분기째 영업이익 기록 경신 확실, 최윤호 '양적 팽창' 준비 마쳐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전략을 내세우며 올해 2분기부터 매 분기 영업이익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배터리사업에 대한 삼성SDI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는 최 사장 취임 뒤에도 이어졌는데 내실을 다진 만큼 앞으로 대규모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SDI는 4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6천억 원을 넘기며 분기 기준 최대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6259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2659억 원)보다 2배 이상 급증하는 것이다.

삼성SDI는 2분기 영업이익 4290억 원, 3분기 영업이익 5659억 원을 올리며 각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4천억 원, 5천억 원을 넘겼는데 4분기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셈이다.

이를 놓고 최 사장의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안나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고부가(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진입장벽을 높이는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경쟁사보다 높은 판매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SDI는 3분기 영업이익률 10.5%로 수익성 위주 전략의 성과를 보였고 4분기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DI도 올해 분기별 실적발표에서 중대형 전지(전기차용배터리)와 관련해 “단단한 수요 성장 속에서 젠5(Gen.5)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확대됐다”고 설명해왔다.

삼성SDI는 지난해 12월 최 사장을 대표이사에 내정하며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재무 전문가’로서 역할도 강조했는데 최 사장이 이런 기대를 만족시키는 수익성을 확보한 것이다.

최윤호 사장의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배터리 경쟁사(LG에너지솔루션·SK온)와 눈에 띄게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는 점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생산능력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잇따라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삼성SDI는 생산능력 확대 목표치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2년 200GWh(기가와트시)에서 2025년 580GWh 이상, SK온은 같은 기간 77GWh에서 220GWh 이상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면 증권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SDI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은 2022년 80GWh에서 2025년 180GWh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질적 성장 없이 양적 팽창에 치중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철저한 사전 점검과 리스크 관리를 통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제품으로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이뤄나가자”고 말했다.

삼성SDI가 올해 보여준 확실한 수익성은 향후 ‘양적 팽창’에도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정책과 보수적 증설로 경쟁업체와 비교해 북미 시장지배력 확대에 소극적이었다”며 “다만 우수한 수익성을 확보하며 증설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수월한 환경이 조성돼 내년에는 합작법인을 비롯한 움직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SDI를 향한 지원사격을 본격화한 점도 향후 최 사장의 사업확장에 힘을 싣는 요소로 꼽힌다.

이 회장은 최 사장과 함께 인천 영종도 BWM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을 만나 사업협력을 더욱 공고히 다지기로 약속했다. 삼성SDI는 최근 BMW에 공급할 배터리 생산 물량 등을 위해 헝가리 2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이 회장은 6월 최 사장과 함께 다녀온 유럽 출장 뒤 6개월여 만에 집세 회장을 다시 만난 것인데 그룹 배터리사업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삼성SDI의 소극적 투자 기조를 향한 시장의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8월 코로나19 이후 미래 준비에 240조 원을, 올해 5월에는 미래 먹거리 분야에 25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여기에는 반도체, 바이오, 정보통신(IT)사업이 주를 이룬 반면 배터리 관련 청사진은 제외되기도 했다. 이를 놓고 배터리업계에서는 삼성SDI의 보수적 투자 기조와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앞서 올해 삼성그룹 인사에서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이 회장의 신임을 받는다고 평가되는 최 사장이 ‘이재용 시대’를 맞아 다시 삼성전자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최 사장이 좋은 실적을 거두며 자리를 지켜 앞으로 삼성SDI의 투자 확대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 사장은 집세 회장과 면담에서 ”삼성SDI는 BMW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럭셔리 전기세단(뉴 i7) 개발에 참여할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며 ”양사 사이 협력을 통해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