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안진회계법인 및 어피너티컨소시엄의 법적 싸움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 향후 재판결과가 주목된다. 

15일 교보생명 안팎에 따르면 검찰이 안진회계법인과 어피너티컨소시엄의 공모 사실을 입증하면 41만 원으로 산정된 풋옵션 가격이 타당성의 힘을 잃고 신창재 회장이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게 된다. 
 
신창재 교보생명 풋옵션 항소심, 어피너티-안진회계 공모 인정될지 주목

▲ 15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검찰이 안진회계법인과 어피너티컨소시엄의 공모 사실을 입증하면 41만 원에 달하는 풋옵션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어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지 않게 된다.


검찰은 14일에 열린 항소심 3차 공판에서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2인과 어피너티컨소시엄 3인 사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통해 ‘어피너티컨소시엄에 가장 유리한 방법을 동원해 결과값을 높이자’라고 논의한 내용을 공개하고 집중해서 따졌다. 

검찰은 이번 2심 공판에서 공모가 아니라면 안진회계법인이 왜 이메일을 공인회계사회 윤리조사심의위에 숨겼는지에 집중했다. 윤리조사심의위원은 공판에서 "그러한 이메일을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추궁한 것처럼 안진회계법인에서 의도적으로 이메일을 숨겼다면 1심 때 판단처럼 통상적 업무의 이메일이 아니라 공모행위가 될 수 있으며 회계사회 윤리조사심의위는 처음부터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조사해 제대로된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이 된다.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모사실을 인정한다면 신 회장은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일단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은 공인회계사 업무에서 부정 청탁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공인회계사법 제22조를 위반한 것이 된다.  

이와 함께 현재 신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 사이에서 풋옵션 행사가액과 권리를 두고 진행되고 있는 중재 상사위원회 분쟁조정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이 2월28일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에 신청한 신 회장의 옵션 의무이행을 구하는 2차 중재에서 신 회장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회장 측은 풋옵션 가격이 어피너티컨소시엄에서 책정한 1주당 41만 원의 절반 가량인 20만 원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따른다면 전체 풋옵션 가격은 약 1조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재산은 2022년 기준으로 약 1조3천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비상장기업 주식 등은 포함하지 않고 있어 신 회장은 풋옵션을 본인 재산으로 처리하며 경영권도 위협받지 않을 수 있다.  

현재 교보생명은 1대주주인 신 회장이 33.78%, 2대주주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이 24%의 지분을 들고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지분 24%를 팔 권리(풋옵션)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2012년 이 풋옵션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지분가치 산정을 두고 신 회장 측과 갈등을 겪고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안진회계법인에 의뢰해 이 풋옵션 가치를 책정했지만 교보생명은 어피너티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이 공모해 가치를 부풀린 것으로 보고 2020년 4월 검찰에 고발했다. 

신 회장 개인이 맺은 풋옵션과 관련한 사건이지만 교보생명의 가치 산정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어서 고발을 한 주체는 교보생명이다.

1심 재판부는 올해 2월10일 어피너티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이 공모하지 않았다고 봤고 이에 검찰은 2월16일 항소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어피너티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검토했지만 ‘공모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봤다. 상호이해관계자 사이 통상적 대화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번에도 공모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검찰이 조명한 이메일은 1심 재판부에서도 이미 검토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만약 1심과 같이 2심에서도 공모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41만 원이라는 옵션가치가 정당성을 부여받게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제상업회의소에서도 41만 원의 옵션 가격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신 회장은 약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풋옵션을 개인 자산으로 사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할 수 있어 경영안정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2심 재판의 4차 공판은 28일이며 공판 일정상 2심 재판은 11월에 마무리된다. 

다만 어떤 재판결과가 나와도 대법원에 상고하게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처럼 재판이 오래 이어지게 되면 교보생명이 추진하고 있는 기업공개(IPO)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앞서 7월 주주 사이 분쟁이 문제가 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에서 탈락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안진회계법인이 윤리위원회에 이메일 증거를 보여주지 않은 점 등을 2심 재판장이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2심 공판에서 처음 나온 사실이니 이런 부분을 조명하면 교보생명에게 유리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