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기기용 마이크로올레드 수요 증가, 삼성디스플레이 개발 나서나

▲ 메타의 퀘스트2프로 예상 이미지. <톰스 하드웨어>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디스플레이가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등 메타버스 기기 시장의 개화에 맞춰 ‘마이크로올레드’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증강현실 기기 시장이 크지 않고 가격경쟁력이 높은 미니LED가 더 많이 활용될 수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애플과 메타, 삼성전자 등이 AR(증강현실)과 같은 메타버스 하드웨어 기기 출시를 준비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에 ‘마이크로올레드’ 개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로올레드는 기존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해상도를 증강현실 기기 특성에 맞게 개선한 디스플레이다. 기존 올레드와 달리 유리 기판 대신 실리콘 웨이퍼에 직접 물질을 증착해 제조함으로써 해상도를 높이고 패널을 더 작고 얇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애플이나 메타 등이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기기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선명한 화질과 더불어 무게도 줄여야 하기 때문에 마이크로올레드 수요가 앞으로 늘어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마이크로올레드 연구개발과 관련한 사항은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애플은 2023년 혼합현실(MR)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의 주요 거래처인 LG디스플레이는 올해 6월 장비업체 선익시스템에 마이크로올레드 증착기를 발주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2세대 혼합현실기기부터 마이크로올레드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전문매체 페이턴틀리애플은 “애플은 1세대 혼합현실기기는 소니의 마이크로올레드를 사용하고 2세대 장치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게 될 것”이라며 “애플의 1세대 혼합현실기기는 2023년 상반기에 출시된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콘텐츠를 구현할 메타버스기기를 준비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서 “메타버스 기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요즘 메타버스플랫폼 장치가 화두인데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올레드’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기기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만큼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진행하기에는 위험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의 혼합현실기기 출시 예상일은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애플 전문가인 궈밍치 연구원은 2019년 3월 애플의 혼합현실기기가 2020년에 출시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지만 이와 같은 예측은 완전히 틀렸고 2022년 현재까지도 애플의 혼합현실기기는 상용화되지 않았다.

또 마이크로올레드는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앞선 업체들이 많다.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일본 소니와 대만 TSMC, 중국 BOE와 비전옥스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마이크로올레드 기술을 개발해 왔고 일부 중국 업체들은 이미 생산설비까지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메타버스 하드웨어에 마이크로올레드가 아닌 미니LED 등이 활용될 여지도 있다.

미니LED는 액정표시장치(LCD)의 한 종류로 LCD 백라이트에 들어가는 LED 크기를 줄인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미니LED는 올레드처럼 깊은 검정색을 표현해 명암비가 높으면서도 올레드와 달리 화면에 잔상이 남는 번인현상에서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미니LED는 생산 단가도 마이크로올레드에 비해 낮다.

해외 IT매체 WCC테크는 “메타가 개발하고 있는 퀘스트2프로는 마이크로올레드 대신 미니LED를 사용한다”며 “애플이 메타버스 하드웨어에 마이크로올레드를 탑재할 것이라는 소문과 달리 메타는 미니LED가 화질과 시청 경험을 해치지 않는다고 보고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미니LED가 메타버스 기기에 활용폭이 커지면 삼성디스플레이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동안 경쟁사와 비교해 미니LED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미니LED를 활용한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에는 미니LED의 10분의 1 크기인 마이크로LED가 메타버스 기기에 활용될 것이라 전망도 나온다.

대만 시장조사기관은 트렌드포스는 “마이크로LED는 현재 생산비용이 매우 높지만 2026년까지 76% 정도 비용이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마이크로LED는 대형 디스플레이, 가상현실 안경,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에서 다양하게 쓰일 수 이어 2026년까지 시장 연평균성장률(CAGR)이 704%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