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최근 가격이 급락한 테라USD(UST)와 루나 시세에 관해 투자자들에게 사과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Who]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 '루나 재건' 의지, 시장은 ‘싸늘’

▲ 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대표.


권 대표는 테라와 루나 시세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지만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무너져버린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6일 가상화폐업계 안팎에 따르면 권 대표가 새 가상화폐를 발행해 테라 생태계를 되살리겠다는 회생방안을 내놓았지만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권 대표는 14일 테라 리서치포럼에 ‘테라 생태계 재생 계획’을 올려 10억 개의 새 가상화폐를 테라와 루나 보유자에게 분배해 블록체인 소유권을 재정비하고 시스템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테라는 달러와 1대 1로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다. 루나는 테라가 달러와 같은 가격을 유지하도록 돕는 채굴코인이다.

시가총액 40조 원을 넘나들던 루나가 단 일주일 만에 시세가 급락하면서 가상화폐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권 대표는 “여전히 수십억 달러 가치의 테라가 있고 루나의 가치는 본질적으로 0으로 떨어졌다”며 “테라 생태계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대표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테라와 루나의 미래는 어두워 보인다.

글로벌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는 루나 시세가 급락하자 13일 거래룰 중단했다가 하루만에 재개했지만 급반등에도 불구하고 루나는 과거 시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업비트, 빗썸, 고팍스 등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에서는 루나의 거래를 종료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루나 시세의 폭락으로 테라폼랩스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탈(VC)도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권 대표가 테라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한 자금을 수혈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테라폼랩스가 테라를 살리기 위한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대형 투자사들을 접촉했지만 냉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테라폼랩스가 테라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35억 달러(약 4조5천억 원) 규모 비트코인의 행방도 묘연한 것으로 전해져 권 대표의 회생방안이 시장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매체 코인데스크는 “35억 달러는 어디로 갔는가”며 “아무도 그 비축물량이 어떻게 됐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시장 '큰손'들의 반응도 차갑다. 

글로벌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는 권 대표의 회생방안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팅(가상화폐 생성)과 포킹(신규 블록체인 생성)은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며 “환매와 소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지코인 개발자인 빌리 마커스는 한 발 더 나아가 권 대표에게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만들지 말고 가상화폐시장을 떠나라고 비판했다.

빌리 마커스는 트위터를 통해 “기존 피해자들을 살리기 위해 새로운 피해자들을 끌어들이려 하지 말고 이 판에서 영원히 떠나라”며 “피해자가 생긴 것은 안타깝지만 또 다른 피해자들이 나서기를 바라는 것은 위선적이고 부끄러운 짓이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루나 시세가 폭락하기 전까지 가상화폐시장의 거물로 주목받았다.

블룸버그는 권 대표가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최대 100억 달러 어치 사들이겠다고 발표하자 가상화폐시장에서 영향력이 있지만 논란에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권 대표는 1991년 태어나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재학 시절 ‘하빈저’라는 특목고등학교 영자신문을 만들어 해외명문대 입시정보 공유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서 각각 3개월 동안 인턴으로 근무했으며 2015년 한국에서 와이파이 공유서비스인 애니파이를 창업해 운영하기도 했다. 2018년 신현성 티몬 창업자와 손잡고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