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웹사이트 차단에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면서 골머리를 앓았던 관계당국의 주름살이 펴졌다.    

반면 기술이 범람하면 유해 정보의 차단이라는 순기능을 넘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불법사이트 차단 기술 고도화, 인터넷 검열 강화 논란도

▲ 웹사이트 차단 화면 갈무리.


12일 정보통신기술(IT)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11일부터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 차단 방식을 이용한 웹사이트 접속 제한이 시작됐다. 리벤지 포르노 유포를 막고 저작권이 있는 웹툰을 보호하는 등의 취지로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다.

접속 과정에서 주고받는 웹사이트 주소가 암호화가 되지 않고 노출된다는 점을 이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사이버 경찰청이 불법사이트 차단에 나선 것이다.

SNI는 웹사이트 접속 과정에 적용되는 표준 기술인데, SNI 필드차단 방식을 사용하자 11일 하루 동안 800여 개의 웹사이트 접속이 추가로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사용하던 ‘URL 차단’은 보안 프로토콜(통신 시스템이 데이터를 교환하기 위해 사용하는 통신 규칙)인 ‘https’를 주소창에 쓰는 방식으로 간단히 뚫린다. 2018년 10월 도입된 ‘도메인네임서버(DNS) 차단’ 방식도 DNS 주소 변경 등으로 우회하면 차단을 피할 수 있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18년 웹사이트 23만8246건을 차단하거나 삭제하는 방법으로 성매매·음란·도박 등 유해 정보를 막는 데 힘썼다. 하지만 인터넷의 특성상 차단을 우회하는 방법이 금방 나오고 퍼져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그동안 소라넷이나 밤토끼 등 불법 사이트로 심의됐지만 서버가 해외에 있어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없었던 사이트들을 이제 차단할 수 있게 됐다”며 “아동 포르노물, 불법 촬영물, 불법 도박 등 불법사이트를 집중적으로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기술이 적용되자 인터넷 여성 커뮤니티들은 정부의 조치를 반기고 있다. 

다만 새로운 웹사이트 접속 차단 방법이 기존의 방식보다 강력하다는 점에서 일각에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손지원 오픈넷 자문변호사는 12일 “정부가 불법사이트를 차단하는 목적으로만 웹사이트 차단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며 “정부가 만약 인터넷 접속 제한 기술을 악용한다면 인터넷 이용자들이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넷은 정보통신기술(IT) 전문 시민단체다.

오픈넷 뿐만 아니라 여러 인터넷 커뮤티니에서 표현의 자유,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를 들어 정부의 웹사이트 접속 제한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한국의 인터넷 검열 수준은 세계적으로 낮지 않은 상태다.

국경 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한국의 인터넷 검열 수준은 중국이나 북한, 아랍권의 국가들 다음으로 높다고 조사됐다. 러시아, 터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터넷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