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호 GNI그룹 회장이 600억 원대 투자사기를 벌인 혐의로 대법원에서 13년 징역이 확정됐다.

금융투자 지식을 활용한 치밀한 수법에 속아 대기업 임원과 전직 아나운서도 사기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600억 주식투자 사기’ 성철호, 대기업 임원과 방송인 출신도 속였다

▲ 성철호 GNI그룹 회장(왼쪽)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만든 합성사진.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4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성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성 회장은 2015년 6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투자자 1200여 명을 상대로 투자금 명목으로 607억 원을 가로챘다. 사기와 외환관리법 위반 등 유사 전과 32범인 것으로도 확인됐다.

다수의 투자자를 모아 600억 원 대 사기를 벌인 것은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철저한 눈속임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피해자 가운데 대기업 임원과 전직 아나운서를 비롯해 전문직 종사자도 포함돼 있었다.

성 회장은 오래 전부터 범행 계획을 세웠다.

다른 범죄로 교도소에 복역할 때부터 재소자들에게 주식거래 전문가로 속였다. 구속된 이유를 두고는 주가조작사건의 책임을 지고 복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회장은 출소한 뒤 교도소에서 만난 이모씨가 운영하던 회사를 인수해 GNI로 이름을 바꿨다. 여러 회사를 법인으로 설립해 마치 계열사 여러 곳을 거느린 유력 기업인인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투자자들에게 세계적 투자은행 경력이 있는 미국 유학파이자 주식투자의 귀재라고 속이고 돈을 모았다.

성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보장하고 매월 배당금을 주겠다는 식으로 돈을 갈취했다.

이 과정에서 상장기업을 분석한 자료를 해외 기업에 제공하는 용역계약을 수행하고 있으며 외국투자자들의 주식 매입내역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익이 난다고 속였다.

성 회장은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을 활용해 실제로 벤처기업 지분을 사들이기도 했다.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GNI엔터테인먼트는 아이돌그룹인 매드타운과 전속계약을 맺기도 했다.

모두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행보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아침마다 투자 리포트를 발송하고 배당금도 지급했다.

성 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활용해 손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 사진은 합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성 회장이 만든 사업구조의 실질은 다단계 투자사기였다. 당연히 수익이 제대로 배분될 리 없었고 하위 단계의 투자금으로 상위 투자자자들에게 일부를 배분하는 식의 ‘돌려막기’가 이뤄졌다.

법조계와 금융권 안팎에서는 피해자들이 구제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사례에 사기범이 자금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 전 회장의 재산 일부가 은닉된 정황이 포착된 적도 있다.

2017년 6월 성 전 회장의 아들 성모씨는 같이 살던 친구로부터 억대 강도를 당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성씨의 집에서 현금 뭉치 등 다량의 금품이 발견됐고 성씨가 성 전 회장의 아들인 것이 확인돼 오히려 수사대상이 됐다.

성 전 회장의 다른 아들은 GNI그룹 경영에 관여하다가 2018년 10월 법원으로부터 사기 방조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