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원가 상승 탓에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건조할수록 손해를 볼 수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14일 “조선3사가 2017년 이후에 수주한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이 올라 대부분 건조시점에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며 “후판 가격이 오른 것은 조선사가 선박 가격을 인상할 명분이 되지만 지금처럼 선박의 공급 과잉상태에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3사, 후판 가격 올라 초대형 원유운반선에서 손해 불가피

▲ (왼쪽부터)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조선3사가 수주에 주력하는 선박 종류인데 이 부문의 수익성이 나쁘면 조선3사의 실적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선3사의 수주잔고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 비중은 10~20%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하는데 선박용 철강재로 주로 쓰인다.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척당 4만4천 톤 정도 쓰기 때문에 후판 가격이 톤당 1만 원만 올라도 원가 부담이 4억4천만 원 늘어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평균 후판 가격은 2015년 말 톤당 430달러였지만 올해 5월 703달러까지 올랐다. 이런 흐름에 따라 한국 조선사와 철강회사들도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두 차례나 후판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KB증권은 후판 가격 상승에 따라 조선3사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원가가 2016년보다 87억 원 더 늘어났다고 파악했다. 같은 기간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가격은 원화 기준으로 51억 원 정도 떨어졌다. 

이 때문에 정 연구원은 후판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르지 않고 조선3사가 희망퇴직, 순환휴직 등으로 인건비뿐 아니라 판매관리비를 더 줄인다고 해도 초대형 원유운반선에서 척당 58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 연구원은 “조선3사가 원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선박 가격을 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선박 발주가 많지 않아 조선사의 수주 협상능력이 강한 상황은 아니다”며 “올해 하반기 조선3사가 원가 인상분 만큼 선박가격을 올려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조선업황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