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중국 에너지회사에서 보증한 채권의 부도로 대규모 손실을 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회사에서 내놓은 1646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성이 나오고 있다.  
 
중국 에너지회사의 채권 부도 가능성에 증권업계 불안 번져

▲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투자증권을 비롯한 국내 증권사들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회사에서 내놓은 1646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현대차투자증권 전경.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은 회사가 보유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매출채권이나 부동산, 회사채 등의 자산을 담보로 잡고 발행하는 만기 90일 이내의 초단기 기업어음을 말한다. 

문제가 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은 한국 특수목적회사 ‘금정제12차’에서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의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의 달러화표시 채권을 담보로 잡고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주관을 맡아 5월8일 발행한 상품이다.

두 증권사는 당시 사들인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현대차투자증권(500억 원), BNK투자증권(200억 원), KB증권(200억 원), 유안타증권(150억 원), 신영증권(100억 원) 등 5곳에 다시 팔았다. 일부 자산운용사도 이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단기채권 펀드에 편입해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의 보증을 받아 다른 자회사 CERCG오버시즈캐피탈에서 발행한 3억5천만 달러 규모의 채권이 만기인 5월11일까지 상환되지 못해 부도가 나면서 같은 모회사의 보증을 받은 채권들이 모두 ‘동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이에 대응해 한화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과 이들로부터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사들인 증권사 5곳 등의 대표단은 4~5일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 본사를 방문해 만기 상환계획을 포함한 자구계획을 6월 말까지 마련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문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은 만기가 11월이지만 그전에 유동성 문제가 일시적으로 생겼다고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에서 밝혔다”며 “비유동자산 매각과 대주주의 증자 등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제때 갚을 자금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 대표단이 요구한 조기 상환과 담보 제공 등은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국내 증권사와 단기채권 펀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위험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KTB자산운용에서 문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편입해 운용하던 단기채권 펀드 ‘KTB전단채증권투자신탁[채권]’이 5일 기준 설정액 2289억 원으로 집계돼 기존의 4천억 원대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손실을 걱정한 투자자들이 환매를 선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자산유동화기업어음 문제에 관련된 증권사들과 이 채권에 신용등급을 매겼던 나이스신용평가 등을 놓고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문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에 A2 등급을 매겼다가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제기된 5월28일 상환능력 불투명을 뜻하는 C 등급으로 낮췄다. 그러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이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신용등급을 지나치게 높게 매겼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의 자체신용도를 현지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 등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1개월 동안 평가했고 경영진과 대주주 등과도 면담했다”며 “문제가 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기초자산도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과 적법하고 유효한 지급보증 계약이 체결된 보증부 회사채였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