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3사가 내년에 후판가격 상승의 부담을 안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7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3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대형 조선3사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대형 철강사와 하반기 후판가격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조선3사, 중국과 경쟁에 후판가격 올라 내년 수익 내기 쉽지 않아

▲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후판가격 인상폭은 공개되지 않았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하는데 선박제조원가에서 후판비중이 10~20%를 차지한다.

후판가격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조선사는 반기별로 한 번씩 진행되는 후판가격 협상에서 철강사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다. 

대형 조선3사는 일반적으로 7월 말 철강사와 후판가격 협상을 시작하는데 올해는 후판가격을 올리려는 철강사와 평행선을 달리면서 협상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사는 원료탄과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올라 후판가격도 올해 상반기 톤당 5만 원 올린 데 이어 하반기에 톤당 5만 원 이상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 조선3사는 여전히 수주절벽과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후판가격 인상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는데 결국 후판가격을 인상하는 데 동의한 것이다. 

대형 조선3사가 올해 하반기 후판가격 인상으로 2018년부터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후판가격 인상이 확정되면서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조선3사의 영업이익 감소폭이 커질 것"이라며 “선박 건조가격을 올려야 조선사가 수익성을 보전할 수 있지만 중국과 일본 조선사와 경쟁 때문에 조선사가 선박 건조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대형원유운반선에는 후판이 약 3~4만 톤 정도 들어가는데 후판가격이 톤당 5만 원 정도 오를 경우 선박제조원가가 15억 원 이상 불어난다. 현재 초대형원유운반선 계약금액이 900억 원 정도로 영업이익률은 1~2%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조원가가 급증해 조선사가 적자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3사가 후판가격 상승에 따른 적자를 보지 않으려면 후판가격 상승분만큼 신조선가를 올려야 하지만 이 역시 어려울 수 있다고 유 연구원은 전망했다. 
 
조선3사, 중국과 경쟁에 후판가격 올라 내년 수익 내기 쉽지 않아

▲ 현대제철 후판 이미지.


애초 조선업계에서는 선주들이 후판가격 상승으로 선박건조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발주를 늘리면서 조선사가 수주확대 기회를 잡거나 선박건조가격을 높여 수익성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하지만 중국, 일본 조선사와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한국 조선사가 이런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유 연구원은 바라봤다.

유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후판가격이 오르면 선박건조가격도 올랐지만 2018년에는 중국과 일본 조선사도 글로벌 선박수주경쟁에 치열하게 뛰어들고 있다”며 “일본 조선사 인건비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중국 조선사들은 선박건조가격을 대폭 낮춰주면서 한국 조선사가 중국, 일본 조선사와 출혈경쟁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후판가격 상승의 여파가 2018년 실적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종별로 들어가는 후판 규모가 다를 뿐 아니라 기존 후판 재고 등도 활용하기 때문에 후판 가격상승으로 당장 조선사가 적자를 보는 것은 아니다”며 “후판가격 상승은 조선사에 충분히 예고된 사안인 만큼 조선사별로 여기에 어느 정도 대비도 해 놨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