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보툴리눔 톡신제제 '나보타'의 ‘1품1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1품1조 전략이란 1개 품목으로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박 사장은 애초 나보타의 미국 치료 시장 진입을 위해 별도의 임상을 진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난처한 상황에 몰려 있었다.
 
대웅제약 미국서 '나보타' 전략 수정, 박성수 '1품1조' 위해 치료 시장 정조준

▲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보툴리눔 톡신제제 '나보타'의 미국 치료 시장 진입을 위해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이 제품을 오리지널 의약품인 '보톡스'의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로 개발하기로 결정했는데 미국 치료 시장에 서둘러 진입하기 위해 약가 인하라도 감수하겠다는 박 사장의 의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일 대웅제약의 글로벌 파트너사인 이온바이오파마에 따르면 ABP-450(국내제품명 나보타, 성분명 프라보툴리눔톡신A)의 미국 치료 시장 진입 전략을 다시 세우고 있다.

이온바이오파마는 9월3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자문 회의를 마쳤으며 4분기 ABP-450와 보톡스의 비교 분석 연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온바이오파마가 올해 성공할 것으로 자신했던 나보타의 만성 편두통 임상에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이온바이오파마는 후속 조치로 나보타를 ‘보톡스’의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로 개발하기로 계획을 틀었다. 보톡스는 미국 제약사 애브비의 제품으로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나보타는 미국에서 보톡스보다 20%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알려져 있다. 바이오시밀러로 개발되면 추가 약가 인하를 감수해야 하는데 이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빠르게 치료 시장에 침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웅제약은 미국에서 나보타 파트너사를 2곳으로 두고 있다. 미용 적응증은 에볼루스가, 치료 적응증은 이온바이오파마가 각각 개발 및 유통권을 가지고 있다.

에볼루스는 2019년부터 나보타(미국제품명 주보)를 주름 개선 등 미용 목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올해 에볼루스를 통해 내는 나보타 매출은 1천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온바이오파마는 나보타를 치료 목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에피소드형 편두통, 만성 편두통, 경부 디스토니아, 위장 마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 5개 치료 적응증에 대해 각각 임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만성 편두통과 경부 디스토니아가 임상2상 단계로 가장 앞서 있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5월 만성 편두통 적응증 임상2상 결과에서 유효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이온바이오파마가 계획을 전면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보툴리눔 톡신은 주름 개선 용도로 사용한다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통계적으로는 치료 시장이 더 크다.
 
대웅제약 미국서 '나보타' 전략 수정, 박성수 '1품1조' 위해 치료 시장 정조준

▲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제제 '나보타' 제품사진. <대웅제약>


박 사장은 2030년에 나보타 매출 5천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위해서는 미용 시장보다 치료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조사 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65억 달러(약 8조3천억 원) 규모로 이 가운데 53%가 치료 시장이며 47%가 미용 시장이다.

보톡스는 치료 적응증으로 만성 방광, 요실금, 만성 편두통, 경직, 경부 근긴장이상증, 겨드랑이 과다발한증, 안검 경련, 사시 등을 보유하고 있다. 

나보타도 국내에서 미용 분야에서는 △미간주름 △눈가주름 △사각턱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치료 분야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뇌졸중 후 상지근육경직 △눈꺼풀 경련 적응증을 인정받았다. 보톡스와 비교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해 볼 수 있는 근거다. 

마크 포스 이온바이오파마 최고경영자(CEO)는 "ABP-450이 보톡스의 바이오시밀러로 허가를 받으면 보톡스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8개의 치료 적응증과 앞으로 허가 받을 적응증에 대해서도 단일 승인으로 모두 허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대웅제약에서 나보타 사업본부장을 맡을 때 나보타의 FDA 승인과 미국 진출을 주도했으며 올해 대표이사에 오른 뒤 현재 글로벌 사업과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나보타는 전 세계 68개 나라에서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올해 스페인과 호주, 말레이시아에 새로 판매를 시작했으며 4분기 아르헨티나 출시도 앞두고 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