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회사들이 올해 하반기 후판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조선업계의 시름이 깊어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후판 생산회사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들은 최근 올해 하반기 후판가격을 톤 당 5만 원 가량 올리는 데 합의했다.

  후판가격 인상, 조선업계 엎친 데 덮친 격  
▲ 동국제강 당진공장의 후판 생산라인 모습.
후판가격이 톤 당 50만 원 초반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인상폭은 10% 정도다.

철강회사들은 지난 3년 동안 후판가격을 동결해왔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후판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후판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말 톤 당 40.6 달러에서 최근 57.09 달러로 40% 넘게 올랐다. 원료탄 가격도 올해 7월부터 톤 당 90 달러 후반대에서 최근 200 달러 이상으로 폭등했다.

일각에서는 STX조선해양이 후판대금 지급을 미루면서 철강회사들이 이번 후판가격 협상에서 더욱 강경한 태도로 나왔다는 관측도 나온다. STX조선해양이 지불해야할 후판대금은 포스코에 373억 원, 동국제강에 332억 원, 현대제철에 142억 원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는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후판가격까지 오르자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건조 대금 중 후판 구입비 비중이 20%를 차지한다”며 “후판가격 인상이 수익성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이번 가격인상 결정 이후 조선사들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을 올린 철강업계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수익성 개선효과가 미미할 뿐 아니라 중국산 저가 후판제품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더 떨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일부 조선사 가운데 중국산 후판을 사용하기로 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후판부문 구조조정을 업계 자율에 맞기면서 후판시장에서 수익성 악화와 공급과잉 문제가 쉽사리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후판이 철강과 조선업계 양쪽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