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내수 침체 심각, ‘판매 반등엔 신차가 약’ 6월부터 신차 쏟아진다

▲ 더 기아 EV3.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자동차 시장이 올해 들어 5월까지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심각한 판매 위축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기아,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6월부터 잇달아 출시하는 신차를 앞세워 내수 판매 반등을 노린다.

4일 국내 완성차업체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5월 르노코리아를 제외한 국산 4개사 내수 판매가 모두 크게 뒷걸음쳤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6만2200대, 기아 4만6235대를 판매해 각각 작년 5월보다  9.4%, 8.2% 후퇴했다. KG모빌리티(4001대)는 16.8% 줄었고, 한국GM(2340대)은 반토막이 났다. 

르노코리아(1901대)만이 전년 대비 6%가량 판매량을 늘렸다. 하지만 이는 신차 부재로 이미 지난해 내수 판매가 바닥을 찍은 영향이 크다. 

국내 5개사 5월 합산 판매량(11만6552대)은 1년 전보다 10.5% 감소했고,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합산 판매량(55만8241대)은 10.8% 줄었다.

5월 국내 수입차 판매량 집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4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약 10% 줄어 1~5월 국내 5개사와 비슷한 감소율을 보였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작년 말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소비심리 위축과 대기 수요의 감소 등으로 1.7%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올해 절반 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국내 자동차 판매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이달부터 자사 브랜드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신차들을 잇달아 출시하며 내수 판매 반등에 나선다. 

이날 KG모빌리티는 준중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코란도 EV'를 출시하며 신차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코란도 EV는 2022년 2월 출시했던 코란도 이모션의 상품성을 높이고 차명을 변경해 2년 만에 선보이는 모델이다. 지난달엔 택시 전용 모델로 먼저 출시됐다.

73.4kWh(킬로와트시)용량의 차세대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하고 국내에서 기존 코란도 이모션보다 94km 증가한 401km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판매가격은 세제 혜택 적용 후 △E3 4028만 원 △E5 4544만 원으로 경차를 제외한 국내 시판 전기차 가운데 가장 싸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고려하면 서울에서 3500만 원대 구매가 가능하고, 지역에 따라선 2천만 원대로도 살 수 있다.

올 4분기엔 최초 국산 전기 픽업트럭 O100(프로젝트 명)도 국내 출시한다. 이 차의 스펙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카는 내년 영국에 출시되는 O100이 토레스 EVX(73.4kWh)보다 용량을 높인 80.1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탑재하고, 토레스 EVX(433km)보다 한단계 늘린 300마일(483km) 이상의 1회충전 주행거리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KG모빌리티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만큼 올해 새로 출시하는 전기차 라인업이 내수 판매 부진을 만회할 만큼의 판매실적을 올리기엔 부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5월 KG모빌리티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40.2%나 꺾였는데, 출시 3년차를 맞은 대표 모델 토레스의 신차효과가 빠진 영향이 컸다.

KG모빌리티는 올 3분기 출시를 예고한 토레스 플랫폼 기반의 쿠페형 신차(프로젝트명 J120)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내수 침체 심각, ‘판매 반등엔 신차가 약’ 6월부터 신차 쏟아진다

▲ KG모빌리티 창립 70주년 홍보영상에 등장한 토레스 쿠페의 모습. < KG모빌리티 유튜브 채널 동영상 캡처 >

지난 2월 창립 70주년 브랜드 홍보 영상에서 모습을 내비친 토레스 쿠페를 보면 차지붕을 낮추고 뒷유리를 눕힌 쿠페형 실루엣을 갖추고 있다. 

전면부는 내연기관차 토레스의  전기차 EVX를 섞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중앙에 배치한 주간주행등(DRL)에는 태극기의 '건곤감리'에서 따온 패턴이 적용됐다. 리어 램프에도 태극기 문양을 입히고 토레스와 토레스 EVX 후면부에 자리잡았던 스페어타이어 장식을 없애 디자인을 차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생모델인 만큼 토레스와 같은 1.5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극심한 내수 부진에 빠진 르노코리아는 하반기 중형 SUV 하이브리드 신차 오로라1(프로젝트 명)을 출시하고 한판 뒤집기에 나선다.

르노코리아는 2020년 3월 소형 SUV XM3 이후 4년 동안 국내 신차 출시가 없었다. 2020년 10만 대에 육박했던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2만2천여 대로 곤두박질 쳤다. 

오로라1 차량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 지리그룹의 중형 SUV '싱유에 L'(수출명 몬자로) 플랫폼에 기반해 제작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코리아는 2022년 상반기부터 프랑스 르노그룹, 중국 지리그룹과 함께  하이브리드 신차 오로라1을 개발해왔다. 

오로라1에는 르노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볼보와 지리차의 준중형 및 중형 차량에 쓰였던 CMA 플랫폼이 적용된다. 이로써 르노코리아는 친환경차 포트폴리오를 기존 소형 차급에서 중형 이상 차급으로 확장하게 된다.

지난 3월 공개한 브랜드 홍보영상에서 오로라1으로 추정되는 차량 헤드램프가 중국 지리자동차의 중형 SUV '싱유에 L'과 거의 같은 모습으로 공개되면서 전체 디자인 역시 싱유에 L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오로라1은 프랑스 르노의 디자인 요소를 범퍼와 그릴, 인테리어 등 곳곳에 적용, 싱유에 L과 차별화한 모습으로 출시된다. 

오로라1은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중형 SUV 차급인 데다, 최근 수요가 많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탑재해 충분한 상품성과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면 상당한 판매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보급형 전기차 EV3를 앞세워 침체기 국내 전기차 시장 정면 돌파에 나선다. 

이날 기아는 EV3의 가격을 공개하고 전국 지점과 대리점에서 계약을 개시했다.

EV3는 기존 국내 판매되던 파생형 소형 SUV 전기차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기아 니로 EV와 달리 현대차그룹 E-GMP 플랫폼에 기반한 전용전기차 모델이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01km로 니로 EV보다 100km 가량 크게 늘었고, 평평한 바닥을 구현해 공간활용성도 개선됐다. 

기아는 환경친화적 자동차 고시 등재 완료 후 세제혜택 적용 기준 EV3의 판매 가격이 스탠다드 모델 기준 3995만 원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니로 EV 시작가격(4855만 원)보다 1천만 원 가까이 싸다. 보조금을 고려하면 3천만 원 초중반대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올해 국내에서 EV3를 한 달에 2500~3천 대가량 팔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는 올 하반기 전기차 라인업의 패밀리룩을 채용해 디자인을 확 바꾼 K8 부분변경 모델(페이스리프트)도 국내 내놓는다.

앞서 작년 9월 준대형 전기 SUV 'EV9'를 닮은 모습으로 얼굴을 바꿔 출시된 쏘렌토 페이스리프트는 판매량을 크게 늘리며 올해 들어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국내 월간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꿰찼다. 특히 K8은 현대차 그랜저에 밀려 지난달 판매량이 1873대에 그쳤던 만큼, 쏘렌토와 비슷한 방향의 디자인 변경을 거치면서 상당한 판매 확대를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내수 침체 심각, ‘판매 반등엔 신차가 약’ 6월부터 신차 쏟아진다

▲ 현대차 아이오닉9 디자인 예상도. <유튜브 채널 '뉴욕맘모스' 동영상 캡처>

현대차는 올 하반기 경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과 플래그십 전기 SUV 아이오닉9을 국내에 출시하고 해당 차급의 전기차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인다.

현대자동차의 경차 캐스퍼를 위탁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현재 캐스퍼 전기차 시험생산을 진행중이며, 오는 7월 양산을 시작한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존 내연기관차 모델보다 전장을 25cm 늘리고,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다. 이에 따라 캐스퍼 일렉트릭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동급인 기아 레이 EV(205km)보다 무려 150km 증가한 350km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GGM은 하반기에 캐스퍼 2만4500대를 생산하는데, 이 중 70%에 달하는 1만7천 대를 전기차로 채울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의 첫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은 다음달 열리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처음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9은 각진 형태의 기아 플래그십 전기 SUV EV9과 달리 둥근 유선형의 차체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작년 6월 기아가 출시한 EV9과 동일한 배터리와 모터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EV9은 99.8kWh(킬로와트시)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1회 충전으로 최대 501km를 주행할 수 있다. 다만 이오닉9은 기아 EV9보다 1년 가량 늦게 출시되는 만큼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가능 거리를 늘리는 등 성능을 한층 개선할 것으로 관측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