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만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그 이유에도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27일 열리는 정무위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현직 금융지주 회장 국감 출석 13년 만, KB금융 회장 윤종규만 부른 이유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7일 열리는 정무위 종합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사진은 9월25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윤 회장. <연합뉴스>


현직 금융지주 회장이 정무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것은 20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후 13년 만이다.

당시 정무위는 이른바 ‘신한사태’와 관련해 라 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라 전 회장은 해외 출장과 검찰 수사를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윤 회장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데는 정치권의 정무적 판단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국감을 두고 ‘맹탕 국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회장님 망신주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윤 회장만 부르는 절충안을 선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날 열린 금감원 국감에서는 은행권 내부통제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는데 5대 시중은행과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의 준법감시인을 증인대에 세우는 데 그치면서 알맹이 빠진 국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하려면 금융위, 금감원 종합 감사에 내부통제 문제를 책임지고 개선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인물을 불러야 하는데 무턱대고 5대 금융지주 회장을 다 불렀다가는 ‘회장님 망신주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올해 들어서는 5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지주에서만 유일하게 내부통제 관련 사고가 발생한 만큼 여야 의원 모두 윤 회장을 부르는 데는 부담이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윤 회장이 곧 자리에서 물러나는 점도 의원들의 부담을 더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KB금융지주는 KB국민은행 일부 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8월 드러났다.

금융권은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금융당국의 정책을 비판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보고서 등과 관련해 얘기가 나왔던 점도 윤 회장의 증인 채택 배경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 내부통제 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는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는 점에 미뤄볼 때 내부통제 문제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룰 사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직 금융지주 회장 국감 출석 13년 만, KB금융 회장 윤종규만 부른 이유는

▲ 국회 정무위원회가 4일 2023년도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요구의 건을 의결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BNK금융지주의 BNK경남은행에서 최근 500억 원대 직원 횡령 사건이 적발됐다. DGB금융지주의 DGB대구은행은 직원들이 고객 몰래 증권계좌를 불법 개설한 사실이 최근 적발됐다.

KB금융지주는 최근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절차를 통해 다음 회장 단독후보를 결정했는데 금융위 국감에서 이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금융위 국감에서 “금융권 지배구조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금융그룹에 지금 주인이 없다”며 “지금 KB금융 회장 임기가 9년이었는데 회장추천위원회를 회장이 구성해 후임자도 회장의 복심으로 정해 앉힌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은행의 이익 처분 방식과 임직원 보수 관련 비판에 대한 소고’ 보고서도 언급했다.

보고서에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성과급 체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온 것과 관련해 반박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현재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
 
윤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할지에도 시선이 몰린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해마다 10월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이유로 국감 때마다 해외 출장을 떠나면서 때때로 증인명단에서도 빠졌기 때문이다.

윤 회장의 평소 성격이나 공식 석상에서 발언 등에 비춰볼 때 국감에 출석해 지배구조 등과 관련한 소신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금융권 일각에서 나온다.

윤 회장은 9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배구조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며 “각 회사의 연혁, 상황, 문화, 업종 특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고유의 지배구조를 개발하고 육성·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을 비롯한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현재 해외 출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0~13일 연차총회 일정을 소화한 뒤 해외에서 기업설명회(IR) 등 일정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