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아세안 시장 공략 본격화, 글로벌 톱3 안착 기반 다진다

▲ 현대차그룹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지역 수출 거점으로 삼고 태국과 베트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 글로벌 톱3의 입지를 단단히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가 생산되는 모습. <현대차>

[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 톱3에 오른 현대자동차그룹이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현지 공장을 건설하며 판매량을 크게 늘린 현대차그룹은 최근 태국에서도 현지 생산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지역 수출 거점으로 삼고 태국과 베트남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 글로벌 판매 '톱3'의 입지를 단단히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현지 생산체제 구축을 포함한 태국 자동차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아는 최근 태국 현지에 연산 25만 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연내 태국 정부와 현지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해진다. 차질없이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에 공장 건설을 위한 첫삽을 뜰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기아 관계자는 "해외 시장 공략 방안을 여러가지 검토중이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태국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제도를 지난해부터 도입해 운영하면서 지급 요건에 자국산 배터리·부품 사용 요건을 부가해 자국 산업 육성을 도모하고 있다. 또 전기차 핵심 소재 니켈 1위 보유국인 인도네시아에 밀리는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해 전기차·부품 생산 기업에 대규모 조세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현지생산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준다.

이에 기아가 아세안 지역에 현지생산 공장을 건설한다면 해당 국가가 태국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세안 전기차(BEV) 산업 주도국이 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현지생산요건을 부가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자동차 제조사는 현지 생산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에서도 태국에 전기차 생산기지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월에는 태국에 첫 현지 법인 '현대 모빌리티 타일랜드'를 세우고 직접 판매 및 사후서비스(A/S)를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다른 동남아 주요 자동차 시장인 베트남에서는 이미 판매 최상위권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올해 현대차는 현지 판매 1위 재탈환을 위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베트남은 올 상반기 기준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에 이은 동남아시아 4위의 자동차 생산·판매 국가다.

현대차는 2017년 베트남 탄콩그룹과 베트남 닌빈성에 생산합작법인 HTMV를 설립하며 현지에 진출했다. 2021년에는 판매합작법인 HTV를 세웠고 지난해엔 HTMV 2공장을 준공하고 그해 9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HTMV 출범 2년만인 2019년 7만9568대를 판매하며 토요타(7만9328대)를 제치고 베트남 판매 1위에 오른 뒤 2021년까지 3년 연속으로 왕좌를 놓지 않았다.

지난해 연간 판매에서 8만1582대를 팔아 토요타에 9천여 대 차이로 1위를 내줬으나 올 상반기 누적판매에선 2만7627대를 판매하며 다시 토요타를 앞서 앞질렀다.

기아 역시 2004년 베트남 쯔엉하이자동차(THACO)와 CKD(반제품 조립 방식) 사업을 시작해 2019년 연간 판매 3만 대를 넘어섰고 2020년 3만9180대, 지난해에는 6만729대로 현지 판매 3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에도 2만811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현대차는 베트남 2공장 가동으로 늘어나는 현지 생산 규모를 발판 삼아 연말까지 현지에 공격적으로 신차를 투입하며 1위 굳히기에 나선다.

현대차의 베트남 생산 합작법인 HTMV 1, 2공장은 연내 아이오닉5, 베뉴, 팰리세이드를 포함한 4개 모델을 추가로 투입해 현지 생산 라인업을 모두 12개로 늘릴 방침을 정했다.

기아도 쏘넷, 카니발, 스포티지, K3 등 현지 판매 차종의 적극적 판촉활동을 펼칠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는 지난 7월 말 아이오닉5의 베트남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2020년 기준 베트남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0.2% 수준에 불과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2050년까지 100% 전기차 전환을 목표로 삼고 지난해 3월부터 전기차 등록비 면제, 특별소비세 감면 등 전기차 구매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진출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현지 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한 인도네시아를 전진 기지로 삼아 아세안 자동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아세안 시장 공략 본격화, 글로벌 톱3 안착 기반 다진다

▲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전경. <현대차>

현대차는 최초의 인도네시아산 전기차 아이오닉5를 앞세워 올해 1~7월 현지 전기차 시장에서 56.5%(3913대)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초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연산 15만 대 규모의 완성차공장을 짓고 싼타페, 크레타, 현지전략 MPV(다목적 차량) 스타게이저, 전기차 아이오닉5 등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지공장 건설 뒤 지난해 현지 연간 판매량은 3만1965대로 전년보다 10배 이상 늘었고 올해 1~7월 누적 판매대수도 전년 동기보다 48.1% 급증했다.

더욱이 현대차는 올해 1~7월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에 판매한 2만65대보다 50% 이상 많은 3만114대의 인도네시아산 현대차를 아세안 시장 곳곳으로 수출했다.

내년부터 인도네시아는 현대차그룹의 아세안 전기차 수출 거점으로 본격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올 6월 완공한 HLI그린파워는 내년부터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한다.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인 때는 인도네시아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아세안 국가들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연간 판매에서 사상 처음 톱3에 오른 뒤 올 상반기에도 365만 대를 판매하며 토요타그룹(542만 대)과 폭스바겐 그룹(445만 대)에 이은 3위 자리를 지켰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앞선 1, 2위와 각각 200만 대, 300만 대의 큰 격차가 있는 반면 3위그룹을 형성한 스텔란티스(333만 대), 르노닛산미쓰비시연합(332만 대)와는 약 30만 대의 추격 가능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태국 현지 생산체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아세안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 글로벌 톱3 위상을 확실히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5개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358만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미국과 유럽 다음으로 많은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 한국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 160만여 대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아울러 아세안 지역은 일본차의 텃밭으로 불리는 자동차 시장으로 주요 자동차시장에서 일본차 판매비중이 80~90%를 넘나든다.

현대차그룹이 아세안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는 것은 글로벌 1위 토요타의 주무대에서 추격을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세안 권역 내 자사의 첫 번째 완성차 생산 거점인 인도네시아를 발판으로 아세안 시장 공략에 나서 현지 선도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