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프로 기대감에 메타버스 투자 되살아나, 6월에 2억 달러 자금 모여

▲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에 기대감이 커지면서 메타버스 업계로 투자금이 다시 모이고 있다. 사진은 현지시각으로 6월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 선보인 비전프로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발표하고 나서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에 2억 달러가 넘는 투자금이 몰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시장조사기관 피치북 자료를 인용해 “6월 한 달 동안 메타버스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기업들에에 모두 2억8백만 달러(약 2644억여 원)의 자금이 투자됐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메타버스 콘텐츠를 활용하는 헤드셋을 발표하고 나서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2천억 원이 넘는 투자금이 관련 기업들에 몰린 것이다. 애플은 6월5일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프로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오그메딕스(Augmedics)가 8300만 달러(약 1055억여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오그메딕스는 외과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를 보조하도록 증강현실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약시 치료 등 시력 교정을 위한 가상현실 기술 개발에 뛰어든 루미노피아 또한 1600만 달러(약 203억여 원)를 투자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6월에 메타버스 기업들로 모인 투자금이 지난 12개월 가운데 월 단위로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증강현실 기술 투자사 슈퍼벤처스의 설립자 오리 인바르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비전프로가 업계에 활기를 불러 넣었다”며 “메타버스가 잠깐 유행이 아니라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메타버스는 의료와 교육, 게임 등 분야를 넘어 건축과 디자인 등 다양한 산업에서 폭넓게 쓰일 잠재력을 갖춘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페이스북) 등이 다양한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기기를 선보였음에도 모두 실패하거나 소비자들에 실망감을 안겨주는 데 그쳐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프로가 등장하고 메타버스 콘텐츠가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다시 투자가 활발히 재개되는 것으로 보인다. 

혼합현실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혼합한 개념이다. 가상과 현실을 연결해 시각화하는 방법으로 사용자에 정보를 제공한다. 주로 메타버스 콘텐츠에 사용되는 기술이다.

피치북의 신기술 분석가 에릭 벨로모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애플이 메타버스 분야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자본 유입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메타버스 기업들이 모은 투자금액이 인공지능(AI) 기술 기업들이 확보한 투자금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현재 투자업계의 트렌드가 메타버스가 아닌 인공지능 기술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