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독일 반도체공장 계획 성에 안 차는 유럽, 삼성전자에 '러브콜' 전망

▲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유럽에 첨단 파운드리 미세공정 생산시설을 유치하겠다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독일에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은 이러한 계획을 크게 반기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이 첨단 미세공정 시스템반도체 자급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만큼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삼성전자에 더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집행위원은 유럽 반도체 지원법이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공장 확보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반도체 콘퍼런스에 참석해 “유럽이 항상 (투자 유치에) 열려있다는 점을 전 세계 반도체기업에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인텔, TSMC 등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에 유럽 내 공장 투자를 적극 검토해달라는 ‘러브콜’을 재차 보낸 셈이다.

유럽연합은 현재 전 세계에서 10%에 불과한 유럽의 반도체 생산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두고 반도체 지원법을 도입했다.

최근 유럽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 지원법은 글로벌 기업의 반도체공장 투자 등에 모두 430억 유로(약 62조5천억 원)을 보조금으로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에 대응해 유럽도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을 활발하게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인텔은 이미 독일과 아일랜드 등에 대규모 반도체 시설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막대한 보조금 지원을 노리고 있다.

TSMC도 인피니언과 보쉬, NXP 등 자동차 반도체 전문기업과 협력해 독일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 유치 성과는 유럽연합이 강조하는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목표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텔은 파운드리 후발주자에 불과해 실제로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 라인을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고 TSMC는 주로 자동차 분야에 쓰이는 구형(레거시) 공정 반도체 투자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이지만 유럽 내 고객사들의 수요가 주로 레거시 공정에 집중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28나노 공정을 주력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자연히 유럽연합 입장에서는 5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공정 투자를 확보하기 위해 더욱 힘을 쓸 공산이 크다.

브르통 집행위원장이 이러한 목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도 앞으로 주요 반도체기업의 미세공정 생산라인 투자를 유도하는 데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미국과 아시아에서 첨단 공정 반도체가 생산되는 반면 유럽은 구형 반도체만 생산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며 “동맹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TSMC 독일 반도체공장 계획 성에 안 차는 유럽, 삼성전자에 '러브콜' 전망

▲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삼성전자가 자연히 유럽연합의 이런 시도에 가장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받을 업체로 떠오르게 됐다.

인텔은 이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 계획을 내놓았고 TSMC가 현재 추진중인 공장 투자 계획을 첨단 공정기술 중심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10나노 미만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을 모두 한국 내 사업장에만 두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 설립하는 새 공장에는 4나노 공정기술이 적용된다.

만약 삼성전자가 유럽연합의 요구를 받아들여 유럽 국가에 첨단 반도체공장을 신설한다면 반도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해 여러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유럽연합의 강력한 투자 유치 의지를 고려한다면 삼성전자가 공장 투자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보조금 등 지원을 받게 될 가능성도 유력하다.

삼성전자가 유럽의 최신 미세공정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에 ‘일등공신’으로 거듭나면서 다양한 정책적 도움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미국과 달리 유럽에는 아직 미세공정 반도체 위탁생산을 대량으로 주문할 고객사의 윤곽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앞으로 유럽연합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유럽에 신설하는 대규모 반도체공장이 자칫하면 현지에서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한 채 낮은 가동률을 유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브르통은 TSMC가 독일에 건설하고 있는 파운드리공장이 유럽의 반도체 지원법 도입에 따른 중요한 성과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유럽 내 반도체 수요가 자동차 분야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