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전기로를 통해 생산하는 봉형강 사업에서 이중고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다 전방산업인 건설업의 경기 침체로 늘어나는 비용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고 있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철근사업 '이중고', 전기요금 인상에 건설경기 침체까지

▲ 연이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전기로(사진)를 사용하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들의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5월 현재까지 5차례나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전기로를 사용해 봉형강을 생산하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수익성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당정협의회를 통해 올해 2분기 전기 및 가스요금 추가 인상에 합의해 이날부터 전기요금이 kWh(킬로와트시) 당 8원 오른 154.6원이 적용된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가정용과 산업용에 모두 해당된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4월(6.9원)과 7월(5원), 10월(최대 16.6)에 이어 올해 1월(13.1원)과 5월(8원)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kWh 당 최대 49.6원이 인상됐다.

전기로 기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으로서는 원가 부담이 커지게 됐다. 전기로는 고철을 녹여 철근이나 H형강 등 봉형강 제품을 생산하는데 사용된다.

현대제철은 고로(용광로)를 통해 자동차용 강판과 선박용 후판 등을 만들지만 전기로로 봉형강도 생산하고 있다. 특히 국내 철근 생산량의 3분의 1이상을 차지하는 1위 업체다.

현대제철의 2022년 매출 기준으로 봉형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37.6% 수준이다.

더구나 현대제철은 앞으로 고로 대신 신개념 전기로를 도입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여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만큼 전기료 인상에 대한 부담이 크다.

현대제철은 올해 1월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료가 kWh 당 1원이 인상될 때 연간 원가 부담이 100억 원 오른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2022년 전력비 및 연료비로 2조4296억 원을 사용해 2021년과 비교해 11.9% 늘었다. 

현대제철에 이어 국내 철근 2위 업체인 동국제강은 전력비 및 연료비 항목으로 2022년 2806억 원을 지출했다. 2021년보다 14.8% 증가한 수치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전기로를 사용하는 제강업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철근 가격에 전기료를 반영하는 비용체계를 도입하면서 전기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방산업인 건설업 경기가 악화되면서 전기료 인상분을 가격에 전가시키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강사들은 철근을 포함한 봉형강 제품에 원료(전기료 포함) 연동제를 통해 가격을 고시한다. 이는 유통가격이 아닌 대형 건설사나 대리점 등에 판매하는 가격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고시 가격을 올릴 수 있지만 시장에서 비싸다고 여겨지면 판매량이 줄어들 여지가 커진다.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회장도 12일 임시주총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기료 인상에 따라) 제품 가격을 올리면 좋지만 현재 제품 가격을 많이 올리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철강 가격은 아시아와 세계 가격이 묶여서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만 올린다고 소비자들이 따라와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5월 톤당 철근(SD400)의 국내 유통가격은 99만 원으로 전달인 4월 대비 1만 원 하락했다. 5월은 통상 국내 건설업의 성수기지만 신규 공사가 감소하면서 가격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 악화가 건설업에도 영향을 미치며 철근 판매량은 이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4월 국내 철근 판매량은 84만 톤으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올해 1분기 철근 판매량(수입산 포함)도 232만9천 톤으로 1년 전보다 8.8% 줄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철근 같은 봉형강은 원료가격 연동제를 운영하고 있어 전기료 인상에 따라 고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지만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