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년 전인 2022년 4월21일 한국은행 총재 취임식에서 절간처럼 조용하고 존재감이 없어 ‘한은사(韓銀寺)’라 불리던 한국은행을 변화시겠다면서 내놓은 포부다. 
 
[오늘Who] 이창용 한은 총재 취임 1년, ‘태평로 한은사’ 이미지 벗겨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취임사에서 내세웠던 목표와 같이 한국은행의 존재감이 이 총재의 취임 이전보다 커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이 지난 지금 금융업계에서는 이 총재가 취임사에서 내세웠던 목표와 같이 한국은행의 존재감이 이 총재의 취임 이전보다 커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위상이 변화했다는 점은 이 총재의 내부 경영활동에 실망감을 나타내는 한국은행 노조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유현준 한국은행 노조위원장은 18일 이 총재 취임 1주년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이 총재 취임 이후 국내외에서의 한은의 위상은 이전보다 올라갔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한국은행 본관을 찾아 총재와 환담을 나누고 한국은행 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한다든지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 주최 고위급 패널토론에 직접 참여하는 일은 역대 한국은행 총재들 사이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유 노조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 총재가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와 IMF에서 국장으로 근무하면서 해외 석학이나 기관장들과 관계를 맺은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 총재의 전문성과 국제경험 등이 어우러지면서 통화정책 및 금융안정 부문에서도 뛰어난 업무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직원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에서 이 총재의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노력에 대해 84% 가량이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설문 응답자 가운데 58%가 한국은행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갔다고도 답변했다.

한국은행의 위상 변화에는 이 총재가 이전 총재들과 달리 시장과 통화정책에 대한 소통을 강화했던 일도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 현상으로 금리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에 한국은행 총재에 오르게 된 이 총재는 직설적 화법으로 통화정책과 관련된 설명을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통화정책뿐 아니라 부동산이나 주식에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던진 이 총재의 경고가 적중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창용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같은 대중과의 소통은 바로 직전 총재였던 이주열 전 총재가 취임 1년 이후 받은 평가에서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을 받았던 것과 상반되는 점이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 내부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총재는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으로 일하면서 쌓았던 경험을 한국은행에 이식하며 조직문화를 새롭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공식 홈페이지에 한 섹션을 마련해 주요 간부들이 주기적으로 게시글을 올려 통화정책 등 주요 현안을 설명하도록 한 것은 IMF의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외부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러한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 총재가 한국은행의 연구 성과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공유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유 노조위원장은 “이전에는 한국은행 내부에서만 꽁꽁 묶어두었다면 이제는 외부에 보고서를 많이 내놓고 있다는 점이 크게 바뀐 점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남은 임기 3년 동안에도 그와 한국은행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있다는 관측이 커지면서 이 총재가 취임 이후 연 1.5% 수준의 기준금리를 연 3.5%로 2%포인트 가량 끌어올렸듯 언제부터 얼마나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거시경제와 금융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1960년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났다. 서울 인창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지낸 뒤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으로 일했다. 2022년 4월 한국은행 총재에 올랐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