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여행업계가 여행수요 회복세에 기분 좋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수요가 폭발하면서 여행 예약률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킹달러'에도 해외여행 갈 사람은 간다, 항공업계는 손실 커져 '울상'

▲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사설 환전소에 걸린 달러 모형 앞을 여행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 여행심리 자체가 위축될 수 있어 여행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면 항공업계는 달러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장부상 손실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여행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여행객들은 사이판, 괌과 같은 달러를 사용하는 미국령이 아닌 일본, 터키, 베트남, 태국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9월1일부터 28일까지 일본 여행상품 예약률은 지난달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31.8% 증가했다. 

노랑풍선은 일본이 무비자 입국 허용을 발표한 23일을 기점으로 일주일 전보다 일본 여행상품 예약률이 1500% 늘었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여행 수요 회복세가 뚜렷해졌으며 고환율에 따른 여행 수요 변화는 아직 크게 체감되고 있지 않다”며 “여행사의 패키지여행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은 환율 등락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에는 사이판, 괌 등이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베트남, 태국, 터키, 일본 등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의 여행상품 예약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그동안 억눌린 여행수요가 폭발하면서 강달러 기조에도 여행을 갈 사람은 간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엔화와 리라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일본과 터키를 방문하려는 여행수요가 늘고 있다.

올해 1월3일 달러당 115.32엔이었던 달러/엔 환율은 9월29일 144.76엔을 기록하며 최근 24년 만에 처음으로 144엔대를 보이고 있다. 

터키 통화인 리라화의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약 42% 하락했다. 달러/리라 환율은 올해 1월3일 12.74리라 수준이었지만 9월29일에는 18.54리라까지 올랐다. 

다만 달러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 여행심리도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비자 조사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90포인트대로 올라섰던 소비지출 전망지수는 3분기 80포인트대로 급락했다. 

소비지출 전망지수는 100포인트를 기준으로 그보다 작으면 소비 지출이 감소, 크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올해 3분기 여행비 소비지출 전망지수는 81포인트로 2분기 99포인트에서 18포인트가 빠졌다. 

여행업계와 달리 항공업계의 상황은 불안하다. 

항공업계도 여행수요 회복은 반갑기는 하지만 유류비와 항공기 대여료(리스비)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특성상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 외화환산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외화환산손실은 보유하고 있는 외화 또는 외화로 표시된 채권과 채무를 기말 결산일에 원화로 환산해 평가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말한다.

코로나19 방역체계 완화에 따라 항공기를 띄우는 횟수가 늘어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장부상으로는 오히려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각 항공사가 내놓은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이 오르면 외화환산손실 35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외화환산손실 358억 원가량이 발생한다. 

제주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280억 원가량의 외화환산손실을 보게 된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6월 말까지 1300원에 그쳤지만 이후 계속해서 상승하면서 9월28일에는 장중 1440원을 넘기도 했다. 

이를 고려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에 외화환산손실이 각각 3500억 원, 3580억 원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