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암보험금 관련 소송에서 한숨 돌리자마자 즉시연금 미지급과 관련한 소송을 놓고 씨름해야 한다.

전 사장은 소비자 민원건수를 줄이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소송 과정이 길어지면 고객과 보험금 지급분쟁에 따른 삼성생명의 이미지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 소송과 씨름, 전영묵 이미지 하락 부담 안아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16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즉시연금 관련 보험사와 소비자의 소송에서 소비자 승소 판결이 나오면서 삼성생명도 관련 소송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가 국내 보험사 가운데 가장 크다.  

삼성생명은 4건의 즉시연금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2건의 1심 판결이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측은 즉시연금 기초 서류인 '약관과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달마다 연금지급 시점에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입자측은 연금지급액 산출방법을 약관에 명시하지 않았고 삼성생명이 설명하지 않았다며 맞서고 있다.

약관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래에셋생명이 즉시연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만큼 삼성생명도 안심할 수는 없게 됐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는 2018년 기준 4300억 원가량으로 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850억 원, 700억 원 수준이다.

다만 법원이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대법원 판단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소송결과에 따라 당장 삼성생명에 미칠 재무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즉시연금과 관련한 소송의 결론이 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소송 중인 즉시연금은 과거 발생한 보험금과 미래발생할 보험금이 포함된 것으로 미래 발생금액은 지급보험금에 포함되기 때문에 한 번에 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영묵 사장은 법적 분쟁에 따른 삼성생명의 이미지 하락 가능성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길어지는 과정에서 고객과 법적분쟁이 부각된다면 기업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최근 암 입원비를 지급하라며 암환자 모임 대표가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전 사장으로서는 오랜 갈등에서 한숨 돌리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언론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집중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전 사장은 소비자보호 지표를 끌어올리며 보험금 지급이 까다롭다고 여겨지는 삼성생명 브랜드 평판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법적 분쟁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삼성생명의 3분기 누적 민원건수는 4326건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25% 감소했다. 10만 건당 환산 민원 수도 지난해 3분기 33.3건에서 올해 3분기 25.3로 줄었다. 

삼성생명이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고객과 분쟁에 이겼다는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보험은 고객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소송을 통해 보험금 분쟁을 마무리 하는 일이 많아지고 보험금 지급에 까다롭다는 인식이 퍼지면 삼성생명의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 번에 납부하고 달마다 연금을 받다가 만기가 되면 원금을 전부 돌려받는 상품이다.

즉시연금 관련 분쟁은 2017년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가 달마다 받는 연금수령액이 예상했던 지급액보다 적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보험사들은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공제하고 만기 때 원금을 돌려주기 위해 환급재원(책임준비금)을 쌓았는데 이를 약관에 명확히 기재하지 않아 과소지급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가입자의 손을 들어주고 생명보험사들에게 과소지급한 연금액을 일괄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을 비롯해 한화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 등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최근 미래에셋생명을 상대로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 1심에서 원고(고객)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 나왔다. 

가입자들은 연금 가운데 일부가 만기환급금 재원 마련을 위해 따로 적립된다는 설명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보험사측은 보험 약관에 '달마다 연금을 지급함에 있어 만기환급금을 고려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맞섰다.

법원은 '만기환급금을 고려한'이라는 약관 문구가 연금 산정방식을 충분히 설명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연금에서 차감했던 미지급금 전액과 지연이자를 소비자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