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후판 고집이 동국제강을 구조조정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장세주 후판고집, 동국제강 구조조정으로 내몰다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15일 동국제강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이달 중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다. 동국제강은 지난달 산업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평가를 받은 뒤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기업으로 선정됐다.

약정이 체결되면 동국제강은 산업은행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하고 이를 이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자산매각과 사업구조 개편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약정체결에 대해 “수익성 개선이 최우선 목표”라며 “인원감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이날 올해 1분기 매출 1조4912억 원에 영업이익 13억 원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611억 원 적자다. 동국제강의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기간 1조6051억원보다 7.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기간 465억 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동국제강은 지난달 재무구조 강화를 위해 2천억 원대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동국제강이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기업은 이미 지난해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선정된 것”이라며 “유상증자와 별개”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데 주력사업인 후판부문에서 판매부진이 이어진 탓이 크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강판으로 주로 조선 교량 등 대형구조물에 사용된다.


동국제강은 3년째 매출 하락세를 보였다. 2011년 8조6668억 원에 이르던 매출은 지난해 6조6909억 원으로 2조 원 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후판부문 매출도 3조2800억 원에서 1조4008억 원으로 2조 원 가까이 줄었다. 동국제강 매출이 하락한 데 후판 판매부진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후판 판매부진이 이어진 까닭은 전방산업인 조선업의 불황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동국제강은 지난해 말 후판 부문을 별도법인으로 떼어내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후판을 고집하면서 이 방안은 무산됐다.


장 회장은 당시 “어떻게 키운 사업인데 조금만 더 지켜보자”며 분할방안을 백지화했다. 장 회장이 후판을 손에서 놓지 못한 까닭은 후판사업이 3대에 걸친 가업이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1971년 국내 최초로 후판을 생산한 원조 후판기업이다. 창업주 장경호 회장에 이어 2세 장상태 회장도 후판공장 증설에 나서면서 후판가업을 이어갔다. 3세 장세주 회장도 후판 설비투자에 적극적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후판 원조 동국제강은 불황에 더해 경쟁업체들에 고객사까지 빼앗기면서 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줄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각각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동국제강 후판 물량 상당부분이 포스코와 현대제철로 넘어갔다.


동국제철이 후판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재무부담이 늘어난 것도 이번 재무구조개선 대상기업 선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2006년부터 인천 후판3공장에 9300억 원, 2009년부터 인천 신규제강 및 압연설비투자에 5천억 원을 투자했다. 또 올해 들어 후판 일관공정을 갖춘 브라질CSP제철소 건설을 위해 7억5천만 달러의 투자와 12억 달러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결국 장 회장의 후판고집이 동부제강을 구조조정 위기로 몰아넣은 것인데 이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반도체사업에 집착하면서 동부그룹의 재무구조 악화를 야기했던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김 동부그룹 회장은 1997년부터 동부전자로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재를 포함해 모두 3조 원 가량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동부전자는 적자를 거듭했고 이는 지난해 말 동부그룹이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금융당국은 지난 12일 대기업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주채권은행이 관리하는 42개 주채무계열 기업 중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14 기업을 재무구조개선 대상기업으로 선정했다. 재무구조개선 대상에 동국제강과 함께 동부그룹 STX조선해양 대우건설 한진중공업 성동조선 한라 STX SPP 현대그룹 대성 현대산업개발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