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이 철강업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포항 2후판 공장을 폐쇄해도 업계 1, 2위인 포스코나 현대제철이 얻게 되는 이익이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후판은 선박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인데 동국제강의 주력 제품이다.

  동국제강 후판공장 폐쇄해도 포스코 현대제철 반사이익 불투명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HMC투자증권은 6일 동국제강이 포항 2후판 공장 생산을 중단한다고 해도 포스코나 현대제철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여지는 크지 않고 단기간에 후판 수익성이 크게 향상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동국제강의 낮은 가동률과 중국산 저가 수입제품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후판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은 어렵다”며 “다만 대표적인 공급 과잉품목의 구조조정이란 측면에서 심리적으로는 국내 후판업체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HMC투자증권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매출액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4%, 10%로 후판 영업이익률은 손익분기점 혹은 손익분기점을 소폭 넘어서는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동국제강의 지난해 후판 가동률이 52%(후판 판매량 172만 톤, 생산능력 330만 톤)로 낮은 수준이었다.

박 연구원은 “동국제강은 원래 후판 가동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180만 톤 규모의 포항 2후판 공장 설비가동을 중단한다고 해서 포스코나 현대제철의 시장점유율 확대 여지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후판 생산능력은 1460만 톤으로 포스코 780만 톤, 현대제철 350만 톤, 동국제강 330만 톤이다.

국내 후판 시장은 3사 과점체제인데도 생산능력이 수요를 크게 넘어서는 데다 중국과 일본의 저가 수입제품이 유입되고 있어 대표적인 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 후판 내수시장 규모는 934만 톤으로 국내 후판 생산능력의 64% 수준에 불과했다. 동국제강이 포항 2후판 공장 생산을 중단하면 국내 후판 생산능력은 1280만 톤으로 줄어든다.

올해 후판 수요는 지난해 대비 5% 증가한 981만 톤으로 점쳐진다. 이를 고려하면 국내 후판 생산능력 대비 수요 비중이 76%로 지난해보다 12%포인트 늘어나게 된다.

생산능력 대비 수요비중이 증가한다고 해도 국내 후판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후판시장에서 수입산 제품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6%에 이른다. 특히 중국산 후판의 경우 평균 수입가격이 지난해 4분기 기준 578 달러로 국내산 가격보다 톤당 5~6만 원 가량 낮아 국내산 제품들에 대한 가격인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동국제강은 포항 2후판 공장 폐쇄를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4일 밝혔다. 동국제강은 1971년 국내 최초로 후판을 생산한 기업이다.

동국제강 당진공장(후판 생산능력 150만 톤)의 경우 플랜트 등 특수 후판, 고급 후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가능하지만 포항공장은 일반 후판만 생산할 수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포항 2후판공장은 2013년 가동률이 57.92%였고 지난해에는 55.77% 로 전년보다 더 낮아졌다.

동국제강은 후판 원자재인 슬래브를 전량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어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연평균 슬래브 구매가격은 2013년에 비해 톤당 1만 원 안팎으로 올랐지만 후판 판매가격(내수기준)은 톤당 5만 원 가량 하락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

동국제강은 2012년에도 연산 100만 톤 규모의 포항 1후판 공장을 폐쇄했다. 2후판 공장까지 폐쇄할 경우 포항공장에는 봉강, 형강 등 건설 철강재 생산시설만 남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