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후 CJENM 브랜드전략담당실장과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CJ 지분을 확보하는 ‘열쇠’로 꼽히는 계열사가 있다. 바로 CJ올리브영이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960년 3월19일생으로 며칠 전 65번째 생일을 맞았다. 대기업집단의 총수로서 벌써 후계 구도를 이야기 할 나이는 아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그룹 승계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건강 때문이다. 이 회장은 사리코-마리투스병이라는 유전병을 앓고 있고, 고혈압, 고지혈증, 부신부전증, 구강 궤양 등 합병증도 있다.
후계 구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승계가 이뤄진다면 막대한 상속세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그룹의 지배구조에도 혼선이 생기고 이를 파고드는 기업 사냥꾼의 먹잇감이 되기도 쉽다.
이경후 CJENM 브랜드전략담당실장과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미리 지주회사 CJ의 지분을 어느 정도 확보해 놓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경후·
이선호 실장이 보유한 CJ 지분이 매우 작다는 점이다. 2024년 3분기 보고서 기준
이경후 실장은 CJ 지분 1.47%,
이선호 실장은 3.2% 보유하고 있다.
이경후,
이선호 실장이 CJ 지분을 확보하는 ‘열쇠’로 꼽히는 계열사가 있다. 바로 CJ올리브영이다.
대중에게는 인지도가 매우 높지만 CJ그룹의 ‘주력 계열사’라는 느낌은 주지 않는 CJ올리브영이 승계의 열쇠로 꼽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경후,
이선호 실장이 CJ올리브영의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CJ그룹 승계 구도와 CJ올리브영의 역할
2023년 말 기준
이선호 실장은 CJ올리브영 지분 11.04%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다.
이경후 실장 역시 4.21%의 지분을 들고 있다.
2014년 12월 1일, 당시 세금 탈루와 횡령 혐의로 수감 중이던 이재현 회장은 아들
이선호 실장에게 CJ시스템즈 지분을 15.9% 증여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CJ시스템즈가 CJ올리브영을 흡수합병하면서 CJ올리브네트웍스가 탄생했고, 이 과정에서
이선호 실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1.3%를 확보했다.
이후 이재현 회장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아들과 딸에게 전량 증여하면서, 2016년 기준으로
이선호 실장의 지분율은 17.97%,
이경후 실장은 6.91%까지 높아졌다.
이후 2019년 4월,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올리브영을 인적분할했고, IT 부문은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이선호 실장과
이경후 실장은 지주회사 CJ의 지분을 소량 확보하는 동시에 인적분할 된 CJ올리브영의 지분도 보유하게 됐다.
이선호 실장과
이경후 실장이 보유한 CJ올리브영 지분이 CJ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올리브영이 6천억 원이 넘는 빌딩을 매입하면서 자산 규모가 3조 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지주회사 CJ의 시가총액(10일 종가 기준 3조957억 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약 CJ올리브영과 CJ가 합병하게 된다면 합병 비율을 후계자들에게 유리하게 산정할 수 있다.
▲ CJ그룹의 후계자들이 올리브영 지분을 활용해 CJ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CJ올리브영의 기업공개, CJ와의 지분교환, CJ와 CJ올리브영의 합병 등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그래픽 씨저널> |
◆ 후계자들이 올리브영 지분 활용할 방법 세 가지
CJ그룹의 후계자들이 올리브영 지분을 활용해 CJ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CJ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후, 후계자들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CJ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후계자들은 CJ 지분 확보 자금을 마련하고, CJ그룹은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CJ올리브영은 별도로 운영되는 강력한 소비자 브랜드 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는 두 사람이 보유한 CJ올리브영의 지분을 지주회사 CJ에 넘기고, 대신 지주회사의 지분을 받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선택한다면 CJ의 CJ올리브영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신주 발행이 수반될 수 있기 때문에 CJ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는 올리브영과 CJ를 합병하는 방법이다. 비상장사와 상장사가 합병하면 비상장사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합산해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상장사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한쪽에서는 CJ올리브영이 지속적으로 자산가치를 높여가고 있는 이유를 두고 CJ와 합병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올리브영의 자산가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합병 비율 산정에서
이선호 실장
이경후 실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승계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 CJ올리브영 IPO 가능성과 승계 전략의 미래
CJ올리브영은 이미 한국 최대의 H&B 스토어로 자리 잡았으며, 기업공개(IPO)를 진행한다면 기업가치는 4조~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CJ올리브영의 IPO는 CJ그룹 전체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후계자들은 CJ 지분 매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의 상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운영하는 사모펀드는 보유하고 있던 CJ올리브영 지분(22.56%) 전부를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CJ는 글랜우드PE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가운데 절반을 직접 매입했다.
CJ올리브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FI(재무적 투자자)가 다른 방법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하면서 CJ올리브영은 반드시 기업공개를 해야 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또한 CJ올리브영이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와 관련된 우려도 나온다. H&B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IPO 이후에도 현재의 기업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CJ올리브영의 IPO 여부가 CJ그룹의 승계 전략을 결정짓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며 “CJ그룹이 CJ올리브영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앞으로 그룹 지배구조의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