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압수수색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논란이라는 악재를 잇달아 맞으며 조기 대선 경선 행보에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했다.
검찰은 여론조사 대납 의혹과 관련해 시장 집무실과 공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고,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까지 겹치며 정치적 타격이 커지고 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낮은 지지율과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오세훈 시장이 직접 부동산을 보유해 이해상충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까지 더해져 당내 경쟁자들이 대선후보 경선에서 공세를 펼칠 명분이 커진 형국이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20일 오전 9시부터 서울시청 내 오 시장의 집무실, 공관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주거지 등도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오 시장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로부터 미공표 여론조사 총 13차례를 제공받고, 오 시장의 후원자이자 지인인 사업가 김씨가 비용 3300만 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명씨 의뢰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던 여론조사업체 피플네트웍스(PNR) 대표가 압수수색 전날인 19일 "명씨 쪽이 처음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을 위해서 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동안 오 시장 측근들을 소환조사 한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으로 오 시장을 직접 겨냥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 수사 진행이 어렵다는 점에서 검찰은 당분간 오 시장을 향한 수사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압수수색 후 곧바로 오 시장에 소환조사를 통보할 가능성도 나온다. 오 시장은 그간 명씨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로 의구심은 커지게 됐다.
이번 압수수색은 오 시장에게 '2연타' 악재다. 앞서 오 시장은 압수수색 전날인 19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데 대해 사과했다.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 3구와 용산에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갭투자가 성행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급히 진화에 나선 것이다. 앞서 오 시장은 토허제 해제까지 꺼내는 등 규제 철폐를 강조하며 경제 성장을 지지하는 유권자 마음을 얻으려 했는데 보폭이 꼬인 모양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 현장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시장의 이런 잇단 악재들은 추후 조기 대선 국면에서 주요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결국 국민의힘은 대선 본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꺾어야 하는데, 당내 후보가 약점이 많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중점적으로 공격해야 하는데, 오 시장에게 '명태균 리스크'라는 약점이 생기면 추후 대선 본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크다.
'명태균 리스크'가 있는 오 시장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공격하면 '피장파장'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이는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다른 경쟁자들이 집중 공세를 펼칠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경우 명태균 리스크로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가능하다.
당내 대표적인 친한(친한동훈)계로 꼽히는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7일 BBS라디오 '신인규의 아침저널'에서 "(명태균 리스크가) 정치 공세 등 예상하지 못한 부분으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며 "야당이 '국민의힘의 많은 의원이나 후보들이 부정한 일을 한 사람들 아니냐', '이재명만 사법 리스크가 있는 게 아니다'라는 식으로 계속 선전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 토허제 헛발질 논란도 경선 과정에서 오 시장의 경쟁력과 국정운영 능력을 두고 공격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이 35일 만에 토허제를 재지정하자, 국민의힘 내 잠재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견제구를 던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0일 페이스북에서 "토지거래 허가 제도는 토지의 무분별한 투기를 막기 위한 것이 그 제도의 본래 취지이고, 토지 위에 지은 아파트 투기를 막기 위한 제도는 아니다"라며 "토지 위에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아파트 자유 매매조차 허가제로 한다는 것은 원래 토지거래허가제 취지에도 반하고 헌법상 자유민주적 경제질서에도 반하는 조치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19일 페이스북에서 "서울시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것인지,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토허제 헛발질 논란은 더 크게 번질 가능성도 있다. 오 시장은 강남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해상충 논란에 휘말릴 여지가 존재한다. 대선후보 경선이 가까워지면 과거 내곡동 땅 의혹이 당내에서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3월28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에 따르면, 오 시장은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강남구 대치동에 다세대주택(24억1600만 원)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낮은 지지율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오 시장은 대선주자 후보 적합도에서 지지율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8일 발표된 에이스리서치 여론조사 결과(15~16일 조사)를 보면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에서 오 시장은 5.1%로 집계돼 4위를 기록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오 시장 지지율은 5% 박스권에 갇혀 있다.
에이스리서치 여론조사는 오차 범위 ±3.1%포인트로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는 임의전화걸기(RDD) 100%,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다. 2025년 2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지역·성·연령별 가중치(셀가중)가 부여됐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