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5-03-20 15: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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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계에서 도시정비사업의 안정성은 높이면서도 주택 브랜드 가치는 가져갈 수 있는 선별수주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
수천억 원대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면서 리스크를 줄이는 반면 조 단위를 넘어서는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핵심 단지에서는 단독 수주를 통한 랜드마크 효과를 노리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서울 중구 신당동 '신당10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정비사업 정보몽땅>
20일 신당10구역 재개발사업조합에 따르면 최근 4번째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창공고를 내고 오는 26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신당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신당10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신당동 236-100번지 일대 지하 4층~지상 35층, 17개 동, 공동주택 1423세대 및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공사다. 예정 총공사비는 6217억 원으로 이번 공고의 입찰 마감일은 5월12일이다.
신당10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1호 사업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도 관심을 나타냈다.
다만 끝까지 단독 수주 의지를 나타낸 건설사가 나타나지 않은 탓에 조합은 3번째 공고부터 공동도급(컨소시엄)을 허용했다.
이에 3번째 현장설명회에 유일하게 참여한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시공사 선정 절차가 9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부산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도 공동도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찰 기준을 완화한 대표적 사례다.
연산5구역 재건축정비사업(연산5구역 재건축사업)은 부산 연제구 연산동 2220번지 일대 지하 4층~지상 45층, 2995세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공사비는 1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연산4구역 재건축사업은 지난해 7월부터 3차례 공고에서는 단독도급만을 허용했다.
다만 현대건설, 롯데건설이 꾸준한 관심을 보이면서도 실제 단독 입찰에는 나서지 않자 4번째 공고부터 공동도급을 허용했다. 이후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컨소시엄을 맺고 입찰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23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컨소시엄 형태 도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5구역 재개발사업을 롯데건설-GS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한 데 이어 오는 29일에는 경기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 구운1구역 재건축사업을 현대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오는 4월에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9구역 공공재개발사업을 DL이앤씨-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권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재건축조합은 일반적으로 단독도급 형태의 경쟁입찰을 가장 선호한다. 시공 책임을 확실히 할 수 있다는 점, 수주전에서 조합에게 더 유리한 제안이 많아 진다는 점, 향후 시공사와 협상이 원활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이다.
다만 건설사는 3년 전보다 30% 이상 뛴 공사비가 한동안 유지되고 있는 데다 불황 속에서 규모가 큰 사업지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컨소시엄 수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조합 입장에서는 단독도급을 고집하면서 사업 기간이 장기화하는 것 자체로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컨소시엄 입찰을 허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서울 강남권, 한강변 핵심 사업지의 사정은 다르다. 건설사들은 단일 시공을 통해 랜드마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도시정비 사업지에서는 컨소시엄 형태를 배제한 채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랜드마크 단지를 시공한 이력은 미래 수주전에서도 지속해서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건설사에게 놓치기 힘든 성과다.
이런 사업지에서는 조합 역시 애초에 공동도급을 생각하지 않고 단독도급을 건설사에 요구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올해 초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의 마지막 격전지였던 1조5천억 원 규모의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수주를 위해 내걸었던 조건들이 사실상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는 말도 나왔다.
한남뉴타운에서 ‘래미안’의 완전한 복귀를 알리려는 삼성물산과 ‘디에이치’ 초거대단지를 구축하려는 현대건설 모두 선별수주라는 전략에서도 한강변 랜드마크 단지는 포기할 수 없었던 셈이다.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도시정비 사업지에서는 지난해 말 준공한 1만2032세대 규모의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을 제외하면 뚜렷한 공동 시공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안에 시공사 선정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용산구 동빙고동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2구역 재건축사업, 성동구 성수동 성수1지구 재개발사업 등 1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서울 도시정비 사업지에서도 단독도급과 함께 일부 불꽃 튀는 수주전이 점쳐진다.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은 DL이앤씨의 무혈입성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압구정2구역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리턴매치, 성수1지구 재개발사업에서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자존심 대결이 예상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랜드마크 도시정비 사업지는 준공 이후 높은 집값, 지역 ‘대장아파트’ 등 부동산 시장에서의 가치도 중요하다”며 “모든 대형사들이 관심을 둘 만한 사업이지만 수주전이 주는 부담이 적지 않아 경쟁입찰 자체는 실제 결과를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