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에 호재들이 연속으로 몰리면서 오랜만에 주가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거리를 뒀던 외국인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삼성전자를 품으면서 이에 화답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 싸피아카데미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2.91% 상승마감하면서 6만2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종가가 6만 원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해 10월15일 이후 약 5개월여 만이다.
주가는 이로써 지난 17일(5.30%)과, 18일(0%), 19일(1.56%)에 이어 반등 흐름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외국인들의 수급 회복세가 눈에 띈다.
외국인들은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삼성전자를 순매수했다. 그 규모는 거의 1조5천억 원에 육박한다.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2조6천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그런데 나흘 만에 그 절반 이상을 도로 메운 것이다.
인공지능(AI) 산업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이후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등에 기술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주가도 소외돼 왔다.
기술혁신이 없다는 비판이 줄곧 발목을 잡아왔는데, 최근 들어 삼성전자는 결연히 의지를 다잡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주 주주총회에서 기술 전문가들을 이사회에 보강했다. 그동안 재무나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키를 쥐고 있는 상황에 대한 비판이 많았는데 기술력 제고에 다시 중점을 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필사즉생 정신’을 강조하면서 위기의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레거시(전통) 메모리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레거시 반도체는 초과공급에 단가 하락을 겪어왔으나 최근 들어서 반도체 생산설비가 AI용 반도체에 주로 활용되면서 레거시 반도체 공급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중국에선 이구환신(옛 것을 새 것으로 바꾸어 줌) 정책이 시행되자 보조금 지급의 주요 대상인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났다. 그런데 여기에 탑재되는 레거시 반도체 공급량을 중국 현지기업들이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증권사인 모건스탠리가 지난 18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는 앞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 혹평을 내면서 주가 침체를 불러왔던 장본인이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가 레거시 반도체 반등 뿐 아니라 AI용 반도체의 대표주자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도 점차 경쟁력을 갖추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가 5세대 HBM3E와 6세대 HBM4 양산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며 SK하이닉스를 추격할 것”이라 예측했다.
호재들이 맞물리면서, 현재 미국 기술주 하락과 엔비디아 개발자회의(GTC)에 대한 실망감 등이 글로벌 증시를 누르고 있음에도 삼성전자는 탄탄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 국내외 증권가 모두 삼성전자의 반등을 점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 증권가에서도 이제 삼성전자가 반등 궤도에 올라탔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4월까지 삼성전자를 반도체 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전반에 가격 상승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증가에 따른 이익 회복 강도는 삼성전자가 더욱 강할 것”이라 덧붙였다.
차용도 LS증권 연구원도 이날 “현재 메모리 산업은 레거시 반도체 반등 기대감 형성 구간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주가는 하락 위험이 제한적인 가운데 레거시 반등에 따른 레버리지(증폭) 효과 기대감이 고조된다면 8만 원까지도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