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폐렴구균백신 상용화에 온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특수 종료 이후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백신 성과로 흑자 전환의 가능성을 살려야 하는 일
▲ 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올해 폐렴구균 백신 개발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와 공동개발 하고 있는 21가 폐렴구균백신은 회사 중장기 실적 반등을 좌우할 핵심 파이프라인(후보물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백신은 2024년 12월 호주에서 첫 투약을 개시한 이후 미국과 한국 등 주요 국가에서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올해 임상을 마무리하면 2027년에는 주요지표(톱라인)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주로 하는 기술수출과는 달리 세계적 회사인 사노피와 공동개발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성공에 대한 기대감은 적지 않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판권을 넘기고 허가에 따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및 로열티(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구성된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진행하고 있는 공동개발의 경우 글로벌 임상 등의 비용을 부담하고 상업화 이후 이익을 공유하는 형태라 기술수출 로열티보다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폐렴구균백신은 글로벌 백신 시장에서도 진입 장벽이 높은 영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영유아와 고령층에서 치명적인 침습성 감염을 유발하는 만큼 각국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의 핵심 품목이자 오랜 기간 소수의 다국적 제약사가 주도해온 대표적인 고급 백신 영역이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도전하고 있는 백신과 비슷한 품목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를 받은 MSD(머크)의 성인용 ‘캡백시브’가 유일하다.
캡백시브는 현재 성인을 대상으로만 허가를 받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 3상에서 소아와 고령층을 중심으로 접종 대상을 넓혔다는 점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여겨진다. 기존 제품보다 폐렴 감염을 5~7% 추가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폐렴구균백신 시장 규모는 2025년 92억 달러(약 13조 원)에서 연평균 4.83%씩 증가해 2030년 117억 달러(약 1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폐렴구균백신 시장의 강자는 화이자의 13가 백신이나 20가 백신으로 이들의 점유율만 80% 이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MSD의 캡백시브가 높은 예방율 및 예방 범위를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에서 허가받을 당시 캡백시브는 21가 기존 백신(13가, 15가, 20가)에 포함되지 않은 8가지 혈청형(15A, 15C, 16F, 23A, 23B, 24F, 31, 35B)을 포함하고 있어 넓은 예방 범위를 제공할 뿐 아니라 기존 백신에서 예방하던 혈청에서도 우월한 면역반응을 보였다.
예방 범위 확대는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NIP) 채택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도 하다.
문제는 막대한 투자 부담이다. 글로벌 임상 3상은 수천억 원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단기간 실적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 SK바이오사이언스(사진)가 코로나19 이후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수요 급감 이후 수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3년 영업손실 120억 원을 보며 적자로 돌아선 뒤 2024년 영업손실 1384억 원, 2025년 영업손실 1235억 원 등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폐렴구균백신 개발까지 실패한다면 재무적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이 뻔하다.
SL바이오사이언스는 폐렴구균백신 개발을 전제로 국내 생산 공장인 안동L하우스에 전용 생산시설을 꾸려놓은 상태이기도 하다.
안재용 사장으로서는 회사의 흑자 전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폐렴구균백신 개발에서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안 사장에게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은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4년 독일 백신 CDMO 업체 IDT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하며 신약 개발과 위탁개발생산을 병행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위탁개발생산은 IDT바이오로지카가 맡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백신사업을 맡는 구조다.
IDT바이오로지카는 인수 이후 비교적 빠르게 흑자 기반을 마련하며 SK바이오사이언스 연결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IDT바이오로지카는 2025년 매출 4657억 원, 영업이익 99억 원을 거뒀다. 2024년과 비교해 매출은 17% 늘었고 영업손익은 흑자전환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폐렴구균백신을 시작으로 차세대 백신 파이프라인의 임상 단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점에서도 앞으로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 수익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올해 임상을 마무리해서 내년에 톱라인(주요지표) 발표하는 것이 목표”라며 “상업화가 예정대로 된다면 캐시카우 역할을 통해 원래 보유하고 있던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