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에스지닷컴(쓱닷컴)관련 풋옵션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그래픽> |
[비즈니스포스트] 이마트 주가가 2011년 분할 재상장 이후 최저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종가는 5만9900원으로 6만원이 깨졌다. 이후 6만 원을 회복하지 못하고 하락일변도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분기 이마트는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4조20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트레이더스의 선전에 힘입어 44.9% 늘어난 932억 원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가고 있는데도 왜 주가는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까?
본업 이외의 부문에서 발생하는 악재들을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오너 리스크(정용진 회장)는 마치 고정비용처럼 인식되고 있으니 일단 넘어가자.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469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자회사 신세계건설 적자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신세계건설은 공사원가 상승, 분양실적 부진, 미래손실 선반영(공사손실충당부채)등으로 지난해 1878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이 발행하는 영구채(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신용보강에 나섰다. 영구채 발행규모는 6500억 원으로 7.078% 금리가 적용된다.
자본시장 관례상 신세계건설은 3년 뒤 조기상환(콜옵션 행사를 통한 영구채 회수)을 해야 한다. 이 때 상환여력이 부족하면 이마트가 자금을 보충해 주겠다는 약정을 맺었다.
시장 일각에서는 높은 원가부담과 저조한 분양경기 등 비우호적 사업환경이 지속되면서 신세계건설이 추가 유동성 확보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자회사 에스에스지닷컴(쓱닷컴) 리스크도 만만찮다.
쓱닷컴에 투자한 사모펀드(FI,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이마트가 직접 투자금을 돌려줘야 할지도 모른다.
사모펀드 어피너티와 BRV는 쓱닷컴에 1조 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확보했다. 대주주인 신세계그룹(이마트 46%, 신세계 24%)은 이들 사모펀드와 주주간계약을 맺어 풋옵션(사모펀드가 신세계그룹에 쓱닷컴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을 부여했다.
사모펀드가 지난 4월말 풋옵션 행사 의사를 밝히자 신세계그룹은 이들과 협상을 벌여 몇가지 합의를 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사모펀드가 보유한 쓱닷컴 지분을 인수해 줄 투자자를 신세계그룹이 올해말까지 찾아 통보해 준다. 찾지 못하면 신세계그룹이 매입해 준다’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이번 합의의 실질은 풋옵션을 6개월 연기해 놓은 것과 다를 게 없다.
쓱닷컴 풋옵션은 회계 이슈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어피너티 등은 2023년까지 쓱닷컴의 연간 거래액(GMV, Gross Merchandise Volume)이 5.16조 원에 미달하거나 상장(기업공개, IPO) 가능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2024년 5월1일부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GMV는 플랫폼에서 거래된 상품의 총액을 말한다.
예를 들어 쿠팡이 직매입한 선풍기 2대를 20만 원에 소비자에게 팔았다면 쿠팡의 손익계산서상 매출액은 20만 원이다.
G마켓은 직매입 판매가 없다. 입점업체가 선풍기 2대를 20만 원에 팔았다면 G마켓의 매출액은 판매수수료를 20%라고 가정하면 4만 원이 될 것이다.
이렇게 사업과 판매구조에 따라 재무제표 손익계산서에 찍히는 매출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GMV는 20만 원으로 동일하다. 두 경우 모두 선풍기 2대가 20만 원에 거래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영철이는 쓱닷컴이 발행한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구매했다. 영철이는 쓱닷컴 플랫폼에서 바나나 한 상자를 사면서 이 상품권으로 결제했다. 이 때 쓱닷컴의 GMV는 얼마일까?
(1) 상품권 판매액 10만 원+바나나 한 상자 10만 원=20만 원
(2) 바나나 한 상자 10만원
답은 당연히 (2)번이다. (1)번은 GMV를 중복계산한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2023년 쓱닷컴 GMV가 5.7조 원으로 집계됐다며 사모펀드측의 풋옵션은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모펀드측은 신세계그룹이 상품권 거래를 포함시켜 GMV를 이중계상한 것 같다고 맞섰다. 풋옵션은 행사가능하다는 것이다.
양측이 분쟁 한달만에 전격합의에 이른 배경에는 회계논란을 차단해야 할 필요도 작용한 것 같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주주간 약정상 풋옵션에 대응해야 할 의무를 금융부채로 반영했다. 2022년도 이마트 재무제표 주석을 보면 5878억 원이 풋옵션 부채로 잡혀있다.
그런데 2023년 재무제표를 보면 풋옵션 부채가 완전히 제거됐다.
이마트는 이에 대해 주주간 약정상의 풋옵션이 소멸돼 관련 금융부채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삭제된 부채금액만큼 자본(기타자본)의 증가로 회계처리됐다.
회사가 이렇게 결산한 재무제표는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거쳐 3월에 공시됐다. 그리고 그 다음달 사모펀드와 GMV 요건충족을 둘러싼 논란, 즉 풋옵션 효력 논란이 터졌다.
이 분쟁이 계속되면 신세계그룹은 6000억 원이 넘는 풋옵션 금융부채 제거의 타당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회계기준위반의 관점에서 조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회계 이슈가 커지는 것은 회사에 불리하다. 서둘러 합의한 배경에는 회계이슈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사모펀드의 쓱닷컴 지분 30%를 1조 원에 매수해 줄 투자자를 구할 수 있을까?
이미 국내외 금융사 등 신규 투자후보군 여러 곳과 협의를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편으로는 한때 10조 원까지 거론됐던 쓱닷컴의 기업가치가 이제는 3조 원조차 불투명해졌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새 투자자를 구하더라도 신세계그룹은 다시 주주간 계약을 체결해야 할 것이다. 구하지 못하면 1조 원 부담을 신세계그룹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풋옵션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