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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각 대표 배건규 "초개인화 시대, 딥테크 스타트업의 나스닥 상장 보여주고 싶다"

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 2025-03-31 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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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각 대표 배건규 "초개인화 시대, 딥테크 스타트업의 나스닥 상장 보여주고 싶다"
▲ 28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배건규 사각 대표를 만났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남극이든 북극이든 우리 기술을 살 사람이 있으면 어디든 가자는 각오로 시작했죠.”

창업 4년 차, 초개인화 인공지능 솔루션 기업 ‘사각(SAKAK Inc)’도 많은 스타트업이 겪는 ‘데스밸리’ 문턱에 섰다. 하지만 탄탄한 기술력과 진심을 담은 커뮤니케이션 기반으로 사각은 오히려 글로벌 무대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8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배건규 사각 대표를 만났다. 사무실 입구에 선명하게 자리한 사각 로고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브랜딩 작업에만 6개월이 걸렸다는 로고에는 사각이 추구하는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각’은 말 그대로 '사각지대를 비추다'는 뜻이에요. 시야에서 벗어난 문제를 저희 기술로 들여다보고 해결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로고는 물론 폰트도 직접 제작했어요.”

사각은 2월 말 세계 최대 이동통신(ICT) 전시회 MWC에서 스타트업 최고의 권위 상 ‘4YFN(4 Years From Now) 어워즈’에 상위20기업에 뽑히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4YFN는 4년 뒤 MWC 본 전시에 참가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박람회다.

“MWC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사각 부스를 찾아주셨고 기술을 팔라는 제안도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인수 제안도 5차례 받았는데 우리 길이 분명하기에 모두 거절했죠. 딥테크 스타트업도 명확한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나스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걸 꼭 증명해보고 싶어요.”

사각의 대표 제품은 ‘캔디(CANDiY) AI’다. 민감한 개인 데이터를 서버에 전송하지 않고도 스마트폰, 노트북, 차량 등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직접 작동할 수 있는 초개인화 AI 솔루션이다. 

챗GPT와 유사한 대화형 인공지능 형태지만 유전체나 건강 등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응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현재 해당 서비스는 병원, 보험사, 헬스케어 기업 등 B2B(기업간거래) 고객사를 중심으로 앱(애플리케이션) 내 연동되는 형태로 공급되고 있다.

사용자들은 병원 앱에 탑재된 ‘캔디’를 통해 병원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답을 받을 수 있다. 진료 후 보험 청구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의사와의 상담까지 연결된다. 음성 기반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고객이 자신의 데이터를 기꺼이 제공할 수 있는 분야가 헬스케어라고 생각했어요. 현재는 헬스케어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모빌리티로도 확장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사각이 있기까지, 그 시작은 조금 특별했다. 배 대표의 첫 창업아이템은 ‘수화통역기’였다. 장갑에 센서를 부착해 수화 동작을 음성으로 전환시키는 시스템으로 그는 2010년 중소벤처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수화통역기를 개발한 후 농아인협회 관계자가 찾아오셔서 ‘우리에게는 인생이 걸린 일이니 꼭 끝까지 개발해줬으면 좋겠다’고 한 말이 인상 깊었어요. 그때부터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창업을 가슴에 품은 꿈으로만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내공’이 필요했다. 배 대표는 2012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2년간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스스로를 삼성전자의 전문경영인이라고 생각하고 일했어요. 어떤 업무든 IT, 인사(HR), 재무 등 모든 분야를 직접 점검하고, 회사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추적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사각 대표 배건규 "초개인화 시대, 딥테크 스타트업의 나스닥 상장 보여주고 싶다"
▲ 배건규 대표(첫째줄 오른쪽 두번째)를 비롯한 사각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합한 인재를 찾는 일이다. 배 대표는 평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을 노트에 하나씩 적어두곤 했다. 그 기록 속 이름 가운데 네 명을 직접 영입해 사각을 시작했다. 이후 공개채용을 통해 동료들이 하나둘 늘었고, 지금은 열 명의 구성원이 함께 사각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 재직 당시 법무팀 산하 개인정보팀에서 일하며 데이터 사업의 가능성을 봤다고 말한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사용자를 활용해 구글과 메타처럼 데이터 기반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광고나 고객 데이터 플랫폼, 새로운 활용 모델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직접 실현해보고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를 나온 직후, 사업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의 부재’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당황했다.

“기술은 갖추고 있었는데, 당장 활용할 데이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기업들에게 우리가 기술을 지원할 테니 데이터를 제공해 달라고 무작정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연락하고 소통했다.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바라본 그는 직원들과 직접 발로 뛰며 기회를 만들었다. 해외 진출은 거창한 목표라기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해외 진출이 어렵다고 하는데 해보기 전에는 모르잖아요. 그래서 직접 해봤습니다. 어떤 곳은 하루 전날 연락해서 찾아갔고, 아무 건물이나 들어가 브로슈어를 놓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안쓰럽게 생각하셨는지 어떤 대표님은 직접 현지 관광도 시켜주셨어요.”

그는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이렇게 시작된 해외 인맥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지금의 사각을 지탱하는 기반이 됐다.

배 대표의 휴대전화에는 현재 약 4천500개의 연락처가 저장돼 있다. 배 대표는 이를 ‘가장 큰 자산’이라고 표현한다.

“잠깐이라도 시간이 나면 수시로 메신저를 확인해요. 유럽 시장에서는 필요할 때만 연락하거나 일회성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아요. 지속적인 관계 유지가 핵심이죠.”

해외 고객과의 관계 형성은 자연스럽게 시장 진출로 이어졌다. 국내 기업과의 계약도 있었지만 정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후 자연스럽게 해외에 집중하게 됐다.

“포기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문을 두드리다 보니 작은 프로젝트가 하나둘 생기고, 그것들이 또 다른 기회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사각의 매출은 대부분 해외에서 발생한다. 해외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프로젝트, 그리고 POC(개념검증), POB(구매검토) 방식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주요 목표 시장은 유럽연합(EU)과 동남아시아다.

미국 진출은 유럽시장에서 먼저 입지를 다지고 실적을 확보한 뒤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배 대표는 유럽에서의 사업 경험이 미국시장 진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EU 시장에서는 프라이버시, AI 법, 지속가능성. 이 세 가지 키워드가 매우 중요해요. 이 기준을 통과한다면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각은 단기적으로는 올해 3분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고, 내년 매출 1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 목표는 5년 내 나스닥 상장이다. 헬스케어, 모빌리티, 금융 등 주요 분야별로 별도 회사를 설립해 패밀리 기업 형태로 확장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배건규 대표는 주저 없이 ‘녹명(鹿鳴)’이라고 답했다. 녹명은 사슴이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지 않고 울음소리로 동료를 부른다는 의미다. 

그는 “늘 남의 곳간이 먼저 채워져야 내 곳간도 채워진다는 생각으로 비즈니스를 해왔다”며 “앞으로도 이 철학을 지키며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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