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운데)가 1월2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메타가 인공지능(AI) 및 증강현실(AR)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다른 로봇 기업에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휴머노이드 시장에 뛰어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메타는 그동안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AI와 AR 개발 사업부인 리얼리티랩스에 꾸준히 투자해 왔는데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결실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메타는 휴머노이드 제조사가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새로 세웠다.
메타는 AI와 AR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 개발 사업부인 리얼리티랩스에 휴머노이드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가 자체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조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여러 로봇 회사에 소프트웨어 및 AI 기술를 제공하는 쪽에 역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기계가 사람의 동작과 행동을 효율적으로 모방하도록 만들려면 AI를 활용한 기계학습(머신러닝)이 필요하다. 메타가 다른 로봇 기업에 이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스마트폰 업체에 제공하듯 로봇 학습 및 운영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실제 메타는 휴머노이드 제조사인 피규어AI 및 중국 유니트리와 기술 지원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가 로봇 개발을 AI와 AR 개발 사업부인 리얼리티랩스 아래에 둔 이유도 관련 기술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함일 수 있다.
앤드류 보즈워스 메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리얼리티랩스와 AI 기술 투자로 이룬 기술은 로봇 공학에 보완적”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는 그동안 가상현실(VR) 헤드셋 퀘스트나 스마트글라스를 제외하면 리얼리티랩스에서 뚜렷한 성과 없이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만 내왔다.
부서 설립 시점인 2020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리얼리티랩스에 누적된 영업손실액은 598억7천만 달러(약 86조4433억 원)에 이른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20억 달러를 전후한 매출을 거두기도 했지만 막대한 연구개발비로 손실이 불가피했다.
그동안 개발한 AI과 AR 기술, 이들 기기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휴머노이드에 접목해 결실을 거두고자 하는 것이다.
▲ 유니트리가 제작한 휴머노이드 G1이 7일 러시아 연방 정부 금융대학교에서 열린 과학기술 포럼에 등장해 방문객 사이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블룸버그는 “메타는 AI, AR 기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봇 산업에서 진전을 기대한다”고 짚었다.
메타는 ‘메타버스’를 회사의 미래로 낙점하고 기존 사명 페이스북을 2021년 메타로 변경한 뒤 사업에 뛰어들었다. 초월(Meta)과 우주(Universe)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3차원 기반 가상세계다.
메타는 AR 기술 등을 결합해 현실감을 극대화한 가상현실을 구현하려 했지만 콘텐츠 부족과 기기의 불편함 등으로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휴머노이드가 메타에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산업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잠재력을 갖춰 높은 시장 성장성이 예고됐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이 연평균 50.2% 성장해 2035년 380억 달러(약 54조8550억 원) 규모로 커진다고 내다봤다.
테슬라 옵티머스나 중국 유니트리 등이 선도 업체로 꼽히는 가운데 애플과 삼성전자도 진출을 준비할 정도로 미래 산업의 중심이 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 메타가 소프트웨어를 공급한다면 휴머노이드 ‘플랫폼’ 기업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이다.
메타가 자체 휴머노이드 제조에 나서기 보다는 플랫폼 기업만 노리는 편이 낫다는 시각도 한편에서 나온다. 로봇과 같은 하드웨어 제조가 메타 사업에 중심이 아니다 보니 핵심 경쟁력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포브스는 “메타가 로봇을 직접 제조하려는 시도는 ‘애플카’의 전례를 되풀이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지난 10년 동안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만 하다가 막대한 투자비용만 날리고 지난해 프로젝트를 철회했는데 메타 또한 그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요컨대 메타가 리얼리티랩스 기술력에 기반해 ‘메타버스’로 이루려 했던 꿈을 접고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새로운 성채를 구축하려 한다는 분석이 고개를 든다.
포브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다음 세기에 가장 중요한 산업일 수 있다”며 “메타는 이 시장에 참여할 만한 역량을 갖춘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