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 따라 반도체 공장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협력사들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한계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파운드리 1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수입관세 부과 압박에 맞춰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대폭 확대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망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협력사들이 미국에서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난색을 표시해 분명한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1일 “TSMC의 미국 투자 확대가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떠오르며 대만 협력사들도 함께 압박을 받는 처지에 놓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현재 사실상 모두 대만에서 운영되고 있는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을 미국에도 구축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에서 수입되는 반도체에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이는 TSMC에 더욱 다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TSMC는 이에 맞춰 미국에 공장 증설 속도를 끌어올리고 투자 규모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다만 디지타임스는 TSMC 반도체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협력사들 가운데 일부가 미국 내 투자를 축소하거나 철회하겠다는 계획을 TSMC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사업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한다면 경제성을 확보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미국 공장 투자와 운영에 따른 비용 상승을 감당할 수 있지만 협력사들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살아남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TSMC가 첨단 파운드리 설비를 모두 대만에서 운영했던 중요한 이유는 주요 협력사들의 생산 공장이 밀집한 반도체 산업단지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한다면 이런 장점을 누리기 어렵고 주요 소재와 부품, 장비 등을 수입에 의존해야만 할 수 있어 경제성도 떨어질 공산이 크다.
디지타임스는 “다른 국가에 파운드리 설비를 구축하는 일이 쉬웠다면 TSMC는 진작에 이를 추진했을 것”이라며 “미국 반도체 공장에 여러 걸림돌이 쌓여있다”고 바라봤다.
결국 TSMC가 트럼프 정부 정책에 맞춰 미국에 투자를 대폭 확대하려 해도 협력사들의 협조가 없다면 분명한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필수 공급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투자 속도가 늦어지거나 원활한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의 한 협력사는 “미국 공장의 운영 비용은 대만과 비교해 5배에 이른다”며 “어떠한 장점도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의 지원금과 세제혜택이 TSMC에 제공되는 반면 협력사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향후 투자 계획에 약점으로 지적됐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이미 미국 공장에 인력 부족과 인건비 부담, 생산성 부족과 투자 비용 증가를 비롯한 여러 문제를 겪었다”며 “투자가 계속되려면 협력사들과 관련한 해결책이 선제적으로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