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5년 만에 카드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방침을 정했다.
SK텔레콤이 하나SK카드 지분을 내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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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015년 1월 통합카드사 출범 이후 하나 SK카드 지분을 정리하겠다는 SK텔레콤의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 이미 하나금융지주에 하나SK카드 지분 매각의사를 전달했다. 당시 SK텔레콤은 하나금융지주에 투자금 4천억 원에 이자까지 더해 돌려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정태 회장이 설득에 나서 SK텔레콤은 매각 추진을 보류했다.
SK텔레콤은 그뒤 내년 1월 중 하나SK카드의 지분 49% 가운데 15%를 하나금융지주에 우선적으로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도 단계적으로 넘기는 방침을 세워놓았고 이를 하나금융지주와 협의를 마쳤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를 합쳐 통합카드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SK텔레콤이 보유한 하나SK카드 지분을 인수할 경우 통합카드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된다.
SK텔레콤과 하나카드의 결별은 업계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SK텔레콤과 하나카드는 그동안 카드업계 하위에 머무는 등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하나SK카드는 시장점유율 4.3%를 기록해 업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에 앞서 카드사를 우선적으로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SK텔레콤은 손을 뗄 명분을 얻게 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합병하면 통합카드사에 대한 SK텔레콤 지분이 하락해 결별요건이 성립된다”고 말했다.
하나카드는 2009년 하나은행에서 분리돼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이듬해 2월 SK텔레콤은 하나카드 지분 49%를 인수했고 회사이름도 하나SK카드로 바뀌었다. SK텔레콤이 당시 투자한 금액은 4000억 원이었다.
SK텔레콤은 2010년 하나SK카드를 설립할 당시 스마트폰의 유심칩과 카드를 결합한 형태인 모바일카드가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하나SK카드에 부사장과 마케팅본부장을 파견하면서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모바일카드의 확산이 애초 예상보다 더뎠고 모바일카드보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앱카드가 시장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SK텔레콤은 단말기 할부채권을 카드사에 넘기는 팩토링사업을 하나SK카드가 전담하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카드사의 자본 대비 자산비율을 6배로 제한하는 규제를 실시하면서 SK텔레콤의 채권물량 가운데 상당부분이 신한카드와 KB카드 등으로 넘어가 이런 기대도 어긋났다.
일부에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난 점도 SK텔레콤이 하나SK카드에 손을 떼도록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년 넘도록 친분이 두터웠다. 하나카드에 SK텔레콤이 선뜻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두 회장간의 믿음 덕분이었다.
하지만 김승유 전 회장이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SK그룹과 하나금융지주의 관계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