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경영 승계 시드머니 의혹에 한화 "투자 목적으로 승계와 무관"
박도은 기자 parkde@businesspost.co.kr2025-04-14 17: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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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둘러싸고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목적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고 있다.
참여연대는 14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10간담회의실에서 '한화에어로 유상증자와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문제 분석'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참여연대가 1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한화에어로 유상증자와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문제 분석'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번 토론회에서는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김승연 회장이 세 자녀에 한화 지분을 증여한 건,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의 지분 1조3천억 원을 매각한 사안 등 한화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둘러싼 주제들이 논의됐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토론회에서 “이번 한화에어로 유증 사태는 한화의 거버넌스(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불만이 표출된 것인데 적절한 제재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주주 입장에서 경영이 잘 안됐을 때 경영진에 가장 크게 불이익을 주는 방법이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작동해서 경영을 잘못한 사람을 끌어내리는 것”이라며 "한국 지배구조에서는 그것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주주들에게 친절하지 않게 유상증자를 벌였으며, 경영진이 신중하게 결정한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한국기업 거버넌스포럼에서 문제 제기를 한 것인데, 이사회가 정말 제대로 토론을 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화에어로 이사회가 1시간 정도 화상 미팅을 통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유럽연합(EU) 방산 블록화’와 선진국 경쟁 방산 업체들의 견제를 뛰어넘기 위해 현지 대규모 신속 투자가 절실했다”며 "유상증자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입찰을 위해 부채비율을 관리하며 단기간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면 유상증자가 최적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는 “이번 한화에어로 대규모 유증사태는 한화에너지의 ‘승계용 시드머니 확보’ 차원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주주들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유상증자 직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 등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오션의 지분을 1조3천억 원에 인수한 사실이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이번 유상증자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 수단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유상증자는 방산과 조선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투자 목적이며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제3자 유상증자 배정방식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제3자 배정방식은 한화에너지 대주주가 희생하고, 한화에어로 소액주주가 이득을 보게 되는 조치”라며 “시가로 주식 매수에 나서는 점은 주가 상승에도 긍정적 요소”라고 주장했다.
또 “김승연 회장이 김동관 부회장 등 세 아들에게 한화 지분 11.32%를 증여하기로 결정하고, 김 부회장 등이 법에 따라 성실하게 증여세 등을 납부하게 됐다”며 “1조3천억 원 조달 목적은 승계와 무관한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확보 차원이었고, 실제 자금 일부가 차입금 상환과 투자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가 14일 참여연대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화에어로 유상증자로 소액주주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과 관련해 이 교수는 “유증을 하며 주가가 폭락해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손해가 막심하나, 한화 측에서는 보다 저렴하게 주식을 취득할 수 있지 않느냐는 논리를 보였다”며 “한화 측 논리도 일리가 있지만, 정말 이 돈(유상증자 자금)을 어떻게 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주주들 사이에서 굉장히 컸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월21일 유상증자 발표 당일 13.02% 급락해 62만8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가 커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유상증자 발표 당일 주가가 급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9일 유상증자 규모 축소 발표 후 74만 원선을 회복했으며 그 뒤 78만1천 원까지 상승했다”며 반박했다.
이 교수는 또 “유상증자 자금이 어디에 사용될지 불투명하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구체적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해외 입찰에 따른 신속한 현지 대규모 투자를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유상증자 자금 사용처를 명확히 한 이후, 주가에 나쁜 영향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유상증자 자금 사용처로 중장기 11조 원 투자계획을 공개했다고 했다.
11조 투자계획은 유럽 현지 생산거점 확보와 중동 지역 조인트 벤처 설립(6조2700억 원), 첨단 방산 기술 개발 및 연구개발 투자(1조5600억 원), 지상 방산 인프라 및 스마트팩토리 구축(2조2900억 원), 항공 방산 기술 내재화(9500억 원) 등이다.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정치계는 ‘재벌가의 승계’가 우리사회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유상증자로 인한 주식가치 희석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재벌들이 어떻게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확보해 나가는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