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은 2025년에도 배터리와 화학사업 실적 반등이 쉽지 않아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SK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도체를 제외한 전체 계열사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배터리와 화학 사업은 구조적 업황 악화로 단기간에 실적 반등이 어려운 만큼, 차입금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지속해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SK그룹이 2024년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 반등에 힘입어 그룹 전반의 이익창출력 증가했음에도, 재무부담 요인이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그룹의 2024년 합산 영업이익은 약 25조8천억 원에 달했지만, 반도체 사업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2조4천억 원에 그쳤다. 이는 2023년 4조8천억 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그룹의 순차입금 규모도 반도체를 제외하면 2024년 말 기준 60조7천억 원으로, 2023년 말 대비 2조3천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자산매각 등을 통한 리밸런싱으로 재무구조 안정화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여전히 차입금 부담이 줄지 않은 셈이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와 화학 부문 부진으로 2024년 3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데 그쳤고, 배터리 소재부문과 화학부문을 보유하고 있는 SKC도 3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23년 대비 실적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사업은 올해도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신규 공장 투자가 2024년 대부분 이뤄졌지만, 여전히 고객사와 합작법인(JV) 형태로 미국 조지아주, 켄터키주, 테네시주 등에 4곳의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온의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는 3조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실적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제 1·2공장. < 블루오벌SK >
SK온의 차입금 규모는 2024년 말 기준 15조5996억 원으로, 순차입금 의존도는 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41.9%에 달했다.
순차입금 의존도란 기업이 금융기관 등 외부 자본으로부터 자금을 얼마나 조달했는지를 의미하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적정 기준인 30%를 넘으면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SK온은 배터리 사업의 이익창출력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되며, 높은 금융비용 부담, 신규 공장들의 운전자금 소요 등을 감안하면, 2026년경까지는 차입금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영업흑자 전환 시기가 1~2년가량 추가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화학 사업도 공급과잉이 지속되며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용호 책임연구원은 “화학 부문은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 영향으로 역내 공급 부담이 확대됐고, 비우호적 수급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구조적 역내 공급부담으로 저조한 실적 고착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와 화학 사업을 모두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의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과 유동성 확보 움직임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분리막 제조사 SKIET 매각과 함께 윤활류 자회사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
지주사 SK도 특수가스 생산 계열사 SK스페셜티를 2조6300억 원에 매각한 데 이어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매각을 검토하는 등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SK스페셜티 매각 대금은 올해 6월3일 납입된다.
김한이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는 6월로 예정된 SK스페셜티 매각 대금 외에도 추가 자산을 매각을 통한 현금 유입이 기대된다”며 “SK도 재무적투자자(FI)로서 투자한 지분 가운데 상장 지분을 중심으로 적극적 처분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