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성과를 확대하기 위해 지열발전과 수소 등 다른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도 지원을 확대한다. 사진은 미국 미시시피주 블루마운틴에 위치한 '팔크너 1' 지열발전소. <미국 에너지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친환경 산업을 지원하며 온실가스 감축에 큰 성과를 거뒀다. 다만 중장기 목표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다.
미국 정부는 이에 따라 수소에너지와 지열발전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친환경 기술 분야에 지원을 늘려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는 새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2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IRA 시행 뒤 미국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감축 속도가 두 배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미국 전력연구소(EPRI) 등 연구진들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등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렇게 보도했다.
2023년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약 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IRA가 처음 시행된 2022년 배출량 감소폭의 두 배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런 속도가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 2035년 연간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5년과 비교해 최대 4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러한 전망은 미국 정부가 수립한 목표치를 다소 밑돈다. 미국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30년까지 약 50%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제시 젠킨스 프린스턴대 기계 및 항공공학과 교수는 로이터를 통해 “IRA로 온실가스 감축 속도가 빨라졌지만 현재로서는 2030년 목표를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 경로를 준수하려면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친환경 기술 지원을 확대하는 새로운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IRA 아래 기존 정책과 달리 수소와 지열 등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분야를 중점으로 한다.
에너지부가 12일 정식 발표를 앞두고 사전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2050년까지 자국 내 지열발전 규모 90기가와트(GW)를 확보하는 계획이 추진된다. 현재 규모는 3.7기가와트에 그치는데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지열발전은 지표면에 있는 뜨거운 물과 돌 등에서 얻은 열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얻는 친환경 발전 방식이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친환경 에너지의 미래를 위해 혁신을 거듭했고 우리 발 밑에 있는 에너지마저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막대한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강조했다.
에너지부는 계획 실현을 위해 2050년까지 최소 2500억 달러(약 337조 원) 자본이 지열발전 분야에 투자돼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위해 쉐브론 등 3개 에너지 기업이 개발하는 지열발전 프로젝트에 6천만 달러(약 809억 원)가 지원된다.
▲ 3월26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공장을 방문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가운데). <연합뉴스> |
이날 추가로 발표된 40억 달러(약 5조2천억 원) 규모 IRA 세액공제 대상에는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원전, 2차전지에 더해 수소도 포함됐다.
수소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은 주로 태양광 발전소에 활용할 수소연료전지 등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내 수소 허브 7곳 건설에 70억 달러(약 9조4천억 원)의 지원 계획을 내놨고 올해 3월에는 실제로 수소 원천기술 개발에 7억5천만 달러(약 1조 원)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미국은 최종적으로 2050년까지 연간 수소 생산량 5천만 톤을 갖춰내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집계한 2022년 기준 연간 글로벌 수소 생산량 1억2천만 톤의 약 40%에 달하는 양이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 등 기존 재생에너지에 더해 지열과 수소 분야까지 지원을 확대하는 이유는 친환경 에너지원을 다변화해 화석연료 의존 탈출을 앞당기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지열과 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의 새 지원 정책은 엑손모빌 등 대규모 수소 공장 건설 계획을 수립한 기업에 수혜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장기적으로 보면 현대자동차그룹 등 수소 관련 산업에 뛰어든 한국 업체들도 인프라 확대 등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거 샤 에너지부 차관제공프로그램 대표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IRA는 그동안 수소, 지열발전, 원자력 등 여러 에너지 발전을 지원하는 데 부족한 면모를 보였다”며 “그동안 이런 기술들이 개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어 배제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에너지부가 본격적으로 지원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기술들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현지시각으로 12일 브리핑을 통해 정부 지원 계획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을 발표한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