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2025-04-08 14: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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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MG손해보험(MG손보) 정리가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자 계약이 묶인 소비자와 보험설계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완전청산과 계약이전 이라는 상반된 가능성이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당국 차원의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MG손해보험 정리가 장기화하며 소비자와 소속 보험설계사 등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8일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전날 MG손보 정리 관련 법률자문사 선정 공고를 냈다.
이에 대해 예보 측은 “단순 기존 법률자문사 계약 만료가 임박해 새로 선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고 내용 자체도 지난번 법률자문사 선정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MG손보 정리가 길어지며 잡음이 계속되는 만큼 이번 법률자문사 선정으로 최종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M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메리츠화재가 올해 3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며 몇 해 동안 지속된 MG손보 매각은 다시 표류하고 있다.
매각 주체인 예보와 금융당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로는 완전청산과 계약이전 뒤 청산 등이 꼽힌다.
앞서 예보는 MG손보 매각을 놓고 MG손보 노조와 갈등이 격화했을 당시 청산 및 파산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하게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예보가 말한 대로 완전청산이 진행되면 계약이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상황까지 언급되다보니 MG손보에 계약이 묶인 고객 124만 명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여러 개의 MG손보 소비자 연대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청산 반대 국민 청원까지 올라왔다. 이날 기준 2만 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했다.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소비자도 등장하고 있다.
이날 기준 각종 보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MG손보 가입 고객인데 빨리 보험 리모델링(필요 없는 보장을 해지하고 다른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필요할까요?” 등 소비자들의 상담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일부 보험설계사는 이런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노린 ‘공포 마케팅’을 펼쳐 자신이 판매하는 보험 상품에 재가입시키는 불건전 영업행태를 벌여 지적을 받았다.
MG손보 정리 장기화는 소비자뿐 아니라 MG손보 소속 보험설계사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MG손보 소속 보험설계사들은 오랜 시간 다른 회사 소속 설계사만큼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치지 못해 보험 계약 체결로 발생하는 수익이 제한되고 있다.
회사가 완전청산 절차를 밟으면 남은 계약 수수료도 받지 못하게 된다. 보험설계사는 계약 체결 뒤 일정 기간 동안 수수료를 나누어 받기 때문이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GA협회)도 “보험 가입자의 보험재산권과 MG손보 설계사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며 “MG손보 청·파산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MG손해보험 가입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의견을 모으고 청산 반대 국민청원을 여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가입자들이 직접 제작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는 이미지.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완전청산보다 계약이전 뒤 정산이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이전 리젠트화재 사태와 유사하게 MG손보가 보유하고 있는 계약을 여러 보험사가 나누어 가지는 방식을 말한다. 계약이 유지돼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실제 예보와 금융당국은 상위 5개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임직원과 접촉하며 계약이전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각 손해보험사가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이 큰 만큼 쉽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계약을 인계받는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높은 실손보험계약 등을 인수하며 발생할 손실도 고려해야 한다. 또 MG손보 상품 계약을 체결한 보험설계사들의 잔여 수수료 지급 등 부담이 될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계약을 인수하려면 각 보험사 이사회 동의가 필요하다.
개별 회사 이사회는 소속된 회사와 주주 이익을 최대한 높이는 게 목표인 만큼 손실이 보이는 계약 인수에 동의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리 방안 발표가 지연될수록 소비자 포함 관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예보와 금융당국도 최대한 빠르게 해답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는 2일 MG손보 정리 관련 보도설명자료를 내며 “건전한 시장질서, 보험계약자 보호,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제한적 선택지 안에서 법과 원칙에 부합하며 실현 가능한 방안을 늦지 않게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