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2025-04-16 17: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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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업자 메타와 엑스(X)가 SNS에 올려진 이용자 게시글과 개인정보를 제대로 된 동의 절차도 없이 수집해 인공지능(AI) 모델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는 게 밝혀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당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정보인권연구소는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메타와 엑스가 법적 근거도 없이 이용자 개인정보를 인공지능 모델 학습 데이터로 이용한 것과 동의 철회를 어렵게 한 것 등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 진보네트워크가 진행 중인 `나는 동의한적 없다. 무단 AI 학습 거부한다!' 캠페인 로고.<진보네트워크센터 누리집 갈무리>
신고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 이용자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메타와 엑스의 위법 행위를 조속히 조사하고 처분해, 이용자 권리 침해가 더이상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6월부터 이용자 개인정보를 인공지능 학습에 이용했고, 엑스는 지난해 11월 이용약관을 바꿔 제3자가 이용자 개인정보를 인공지능 모델 훈련 데이터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메타와 엑스가 이용자에게 `게시글 등 개인정보가 인공지능 모델 학습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명확히 고지하지 않아 자신의 정보가 인공지능 학습에 쓰인다는 걸 모르는 이용자가 많고, 자신의 정보가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로 쓰이는 것을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고 신고 이유를 밝혔다.
법률 대리를 맡은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메타와 엑스는 이용자의 신상정보를 중심으로 연결된 정보까지 학습하겠다는 것인데, 인공지능 학습에 동의하지 않은 이용자 정보를 분리하거나 소급 삭제할 수도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용자 쪽에서 보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과 엑스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길게는 십수년에 걸친 삶의 기록이 담겨 있다.
이를 분석하면 이용자 개인의 사회적 관계를 파악할 수 있고, 성향과 관심사는 물론 혼인 여부와 현재 위치 및 이동 경로 등도 알 수 있다. 정치적 성향, 노동조합 가입 여부, 질병이나 성적 지향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을 수도 있고, 다른 정보를 추적하는 것도 가능하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인공지능 학습 목적으로 사용된 데이터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개된 데이터만이 아니라, 내가 일부에게만 공개한 정보, 앱 사용 내역과 같은 서비스 이용 기록, 해당 서비스 외에 제3의 웹사이트나 앱에서 수집한 개인정보까지 아우른다"며 "이 모든 데이터가 제대로 된 설명이나 동의, 선택권 없이 활용되는 것은 명백한 문제이고, 개인에겐 끔찍한 일"이라고 짚었다.
이은우 변호사는 "인종과 질병 등 민감정보가 인공지능 학습에 이용될 수도 있다"며 "에스엔에스에 있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이야기이기에 전체를 민감정보로 볼 수도 있다. 여러 정보 중 민감정보만 걸러내는 것도 어려우며, 이런 정보를 제대로 된 익명화 처리도 없이 인공지능 학습용으로 사용하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신고와 별개로 이용자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 등에서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을 거부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선 이용자가 직접 `Meta AI' 서비스에 `인공지능 학습 목적의 개인정보 사용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엑스에선 설정 페이지의 `개인정보 및 보안' 창에 들어가 `내 공개 데이터를 비롯해 반응, 질문, 답변을 Grok 및 X AI의 학습 및 미세 조정에 사용하도록 허용한다'는 항목을 해제해야 한다.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