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헬스케어사업이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SK텔레콤은 헬스케어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대와 손잡고 ‘헬스커넥트'라는 의료통신회사를 세웠는데 이 회사에 대한 SK텔레콤의 지배권이 늘어나는 데 대해 반발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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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18일 성명서를 내어 “SK텔레콤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꿔 서울대병원이 대주주로 있는 헬스커넥트를 SK텔레콤의 자회사로 만들 가능성이 열렸다”며 “서울대병원은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헬스커넥트는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이 2011년 11월 합작투자해 만든 의료통신기업이다. 양쪽은 각각 100억 원을 투자해 헬스커넥트를 세웠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대병원이 전체 지분 중 50.54%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SK텔레콤은 나머지 지분 49.46%를 소유하고 있다.
헬스커넥트는 하 사장이 신성장동력으로 추구하는 헬스케어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 사장은 출범 당시 “헬스커넥트는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 사이 협력의 출발점”이라며 “그동안 준비했던 헬스케어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헬스커넥트는 지난 해 3월 기업고객 대상으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헬스온’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SK텔레콤은 헬스커넥트를 자회사로 만들 발판을 마련했다. SK텔레콤은 지난 달 24일 발행된 60억 원 규모의 헬스커넥트 전환사채를 전량 사들였다. 2012년부터 보유했던 기존 전환사채 4억6천만 원까지 합치면 약 64억 원의 전환사채를 보유하게 됐다.
전환사채는 일정한 조건에 맞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다. SK텔레콤이 전환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바꾸면 헬스커넥트의 최대주주가 된다.
의료계는 “사실상 SK텔레콤이 헬스커넥트를 지배하는 구조가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대병원이 SK텔레콤의 사업에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원격진료를 비롯한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확대 및 영리자회사 설립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제한적 범위에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시행하겠다”며 원격진료 제도화 의사를 밝혔다.
앞으로 원격진료가 확대될 경우 의료통신기업인 헬스커넥트는 원격진료의 중심이 될 수 있고 SK텔레콤이 직접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의료법인 자회사의 최대주주를 의료법인으로 한정해 민간기업이 이 자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쥐는 것을 막겠다고 했는데 헬스커넥트는 이런 방침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헬스커넥트 설립 당시 SK텔레콤과 맺은 계약서에 서울대병원이 최대주주 자격을 유지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서울대병원이 헬스커넥트의 최대주주 위치를 잃을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원격진료 제도화를 서두르는 상황에서 헬스커넥트의 통제권이 SK텔레콤으로 넘어갈 경우 의료민영화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동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은 “SK텔레콤이 최대주주 자격을 얻으면 서울대병원은 헬스커넥트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다”며 “서울대병원을 통해 헬스커넥트를 통제하려는 정부도 권한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과 연대해 지난 8일 헬스커넥트 철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유 의원은 당시 “지난 말 국회입법조사처는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병원이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투자를 통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지 질의하자 현행법 입법취지에 위배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를 근거로 헬스커넥트 설립 자체가 위법이라며 서울대병원이 지분을 매각해 즉시 헬스커넥트사업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의료법인이 자회사 최대주주 자격을 잃을 경우 지분매각 명령과 법인설립 허가 취소 등의 조치를 내려 제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