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우철 롯데GRS 대표이사(사진)가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내수와 동남아시아 중심의 사업 구조를 선진 시장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차우철 롯데GRS 대표이사가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GRS는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도넛 등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롯데지주의 자회사다.
그동안 아시아 지역에 머물렀던 해외 사업을 선진 시장으로 넓히지 않으면 롯데GRS의 새 성장동력 발굴이 어렵다는 판단이 미국 진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24일 롯데GRS에 따르면 현재 회사는 글로벌사업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모집 인원은 한 자릿수다. 주요 업무는 △해외 현지 외식업 신규사업 구축(론칭) △현지 신규사업 구축 프로세스 기획 △구매와 물류, 인사 등 운영 시스템 구축 등으로 나와 있다.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자격요건이 눈에 띈다.
롯데GRS는 ‘미주지역 외식업 사업구축 경력 5년 이상’을 지원자의 필수조건으로 못 박았다. 사실상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채용에 나서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GRS에게 미국은 아직 개척하지 못한 국가라는 점에서 이번 채용은 의미가 크다.
롯데GRS가 여태껏 진출한 나라들은 대부분 동남아시아 국가다.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이 롯데GRS 해외 사업의 거점이고 몽골과 카자흐스탄 등에도 일부 진출해 있다.
이 중에서도 베트남과 미얀마를 제외하면 롯데GRS의 영향력은 대부분 미미한 편이다.
2020년 5월 말 기준으로 롯데GRS는 베트남에서 롯데리아 매장 255곳, 엔제리너스 매장 7곳을 운영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롯데리아 매장만 34곳을 운영한다.
반면 캄보디아와 라오스, 몽골에 있는 롯데리아 매장은 각각 5곳, 2곳, 2곳에 불과하며 카자흐스탄에서는 엔제리너스 매장만 6곳 두고 있다.
롯데GRS가 이런 상황에서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앞으로는 외식업계의 선진 시장인 북미에서 본격적으로 승부수를 띄워야만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경쟁사들이 북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도 롯데GRS의 북미 진출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그룹은 이미 미국에만 22개 주에서 250개의 매장을 열며 북미 시장 안착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최근에는 중미 국가인 파나마에도 1호점을 냈는데 이를 중남미 시장 개척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교촌치킨과 bhc치킨 역시 미국 사업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CJ푸드빌, SPC그룹 등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외식업계의 전반적 흐름을 살펴보면 대기업 계열사인 롯데GRS 입장에서도 미국을 거점으로 북미 외식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궁극적으로 내수 시장에서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도 롯데GRS가 북미 진출을 검토하는 이유로 꼽힌다.
롯데GRS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히 연매출 1조~1조1천억 원대를 냈다. 하지만 2018년과 2019년에는 매출이 8300억 원대로 감소하며 성장성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떠올랐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연 매출이 6600억~6700억 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지난해에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7815억 원, 영업이익 17억 원을 내며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15.7% 늘어나고 흑자로 전환하긴 했으나 여전히 외형 확장 측면에서는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GRS가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내수와 동남아시아 중심의 사업구조를 벗어나 북미 시장을 개척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 차우철 롯데GRS 대표이사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외식산업 박람회에 참석한 뒤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글로벌 롯데리아, 감격!!, 감격!!"이라는 글을 올렸다. <차우철 대표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
롯데GRS가 최근 전미레스토랑협회가 주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외식산업 박람회 NRA쇼에 참석한 것도 이런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여겨진다.
롯데GRS는 20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시카고의 대형 복합 박람회장 맥코믹플레이스에서 열린 NRA쇼에 참석해 롯데리아의 대표 메뉴인 불고기버거와 전주비빔라이스버거의 시식회를 열었다.
롯데GRS가 북미에서 열린 외식산업 박람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차우철 대표가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시식회 운영팀으로 일했을 정도로 롯데GRS 차원에서 공을 들인 행사였다.
차우철 대표는 이 행사에 참석한 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글로벌 롯데리아, 감격!!, 감격!!”이라는 글도 올렸다. 롯데GRS의 북미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미국 시장 진출과 관련해 직접 진출할지,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을지 등을 놓고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며 “단지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 등을 엿보고 있는 단계다”라고 말했다.
차 대표는 롯데그룹 핵심 요직을 두루 역임한 인물이다.
경희대학교 식품가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2년 롯데제과에 입사해 롯데쇼핑 감사임원과 롯데지주 경영개선1팀장 등을 거쳤다.
2020년 11월 실시된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GRS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