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5-04-04 16: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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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헌법재판소의 국회 탄핵소추안 인용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사업의 최종 계약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원전 수출을 위한 ‘팀코리아’에 참여 중인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 민간 기업들로서도 올해 실적에 변수가 커지는 상황인 만큼 최종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체코 원전 계약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사진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모습. <연합뉴스>
4일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에서 “피청구인은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해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피청구인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에 따라 조기 대선이 60일 안에 치러져 새 정부가 출범하면 윤석열 정부가 지금껏 추진해 온 주요 정책들은 모두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에너지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에 공을 들여 왔다. 취임 후에는 CF100(무탄소 에너지 100%) 추진, 대왕고래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탄핵 결정으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출사업의 불확실성도 커지게 됐다.
체코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구성된 팀코리아를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체코와 팀코리아 사이 최종 계약은 이후 협상을 거쳐 올해 3월 중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최종 계약 체결은 미뤄지고 있다.
계약 체결이 늦어지는 이유를 놓고는 원전사업의 현지화율과 관련한 체코 측의 요구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한국의 불확실한 정치 상황이 꼽힌다.
체코 원전 사업은 형식적으로는 발주처인 체코전력공사(CEZ)와 한수원 등 팀코리아가 계약 주체지만 원전 사업의 특성 상 국가 대 국가의 계약으로 여겨진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계약을 체결할 때도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할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서명식이 진행됐다.
체코에서도 한국의 탄핵 정국 흐름을 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체코 현지 언론인 ‘리도베 도미니’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루카스 코반다 체코 정부국가경제위원회 위원은 계약 체결의 연기 가능성을 거론하며 “한국의 조기 대선 문제 등이 원전 계약 진행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라디슬라프 크리츠 체코전력공사 대변인은 3월31일 현지 언론인 ‘세즈남 즈프라비’와 인터뷰에서 체코 원전과 관련해 “팀코리아와 계약은 문구상으로는 사실상 완료된 상태”라고 말하면서도 올해 상반기 중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예상을 함께 내놨다.
크리츠 대변인의 발언은 양측이 계약과 관련한 큰 틀의 합의는 마무리했으나 정치적 외부 요인이 해결돼야 최종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크리츠 대변인은 또 두코바니 원전 입찰에 참여한 프랑스 EDF가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에 입찰의 공정성 관련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을 들며 “EDF는 팀코리아가 입찰 조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데 반독점사무소는 아직 구체적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결론이 날 때까지 계약을 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에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면서 체코 원전의 최종 계약 체결 전에 해결돼야 할 중요한 외부적 요인이 하나 더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24조 원 규모의 원전 계약 체결 뒤 이행을 보장할 정부의 책임자가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권 교체 가능성, 체코 원전 계약을 놓고 퍼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체코와 원전 계약에서 핵심 관계자들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모습. <연합뉴스>
체코 원전 사업의 계약 체결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팀코리아에 참여 중인 대우건설, 두산에어빌리티 등 민간 기업들로서는 속이 탈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올해 수주 목표를 14조2천억 원으로 지난해 수주 실적인 9조9128억 원에서 40% 이상 높여 잡았다. 올해 공격적 목표 설정에는 체코 원전의 수주 가능성이 반영됐다. 체코 원전 계약이 자칫 무산되거나 밀리면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 실적인 7조1천억 원에서 10조7천억 원으로 높여 잡았다. 대우건설과 마찬가지로 체코 원전 수주의 가능성이 반영됐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 경쟁력을 토대로 팀코리아의 수주 여부와 별개로 유럽 등 원전 시장에서 자체적인 활로를 찾을 수도 있는 만큼 대우건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으로 보인다.
현지시각 2일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증기터빈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의 다니엘 프로차스카 최고운영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세계가 원자력 에너지 부흥기에 접어들었고 두산스코다파워도 앞으로 수년 동안 수익 성장을 누릴 것”이라며 “두코바니 원전에 공급업체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