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드 일대 주택들이 올해 1월 발생한 대화재로 파괴된 채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지구 온난화로 세계 경제가 입는 타격이 기존 예측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에 추산한 피해 규모가 너무 작아 현재 안일한 기후정책을 채택하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나왔다.
6일 관련 외신 보도와 정부 발표 등을 종합하면 지구 온난화가 계속 방치된다면 세계 경제의 생산 능력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1일(현지시각) 가디언은 호주 연구진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4도 이상 오르면 세계 총생산(GDP)은 2024년과 비교해 약 40%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온상승을 2도로 제한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 전 세계 시민의 1인당 평균 GDP는 약 16%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가디언은 "과거 학계는 기온이 2도 오르면 GDP가 약 1.4% 감소할 것이라고 봤는데 이보다 훨씬 높은 예측이 새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규모를 보수적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미국 의회 예산처가 올해 2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 정부는 기온이 2.9도 오르면 자국 GDP가 대략 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티모시 닐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기후위험 및 대응 연구소 박사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전 경제 모델은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져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잘못된 결론을 내린 바 있다"며 "이는 각국의 안일한 기후정책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더 더워진 미래에는 전 세계적 이상 기후에 공급망이 연쇄적으로 붕괴하며 세계 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경상북도 안동시 임하면에 위치한 주택들이 산불에 불탄 채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
글로벌 금융분석업체도 상황을 비슷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각)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이 합작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기후변화가 계속 이어진다면 세계 경제의 생산능력은 21세기 말까지 34%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카미아르 모하데스 케임브리지대 저지 비즈니스 스쿨(CJBS) 경제 정책학 부교수는 '서스테이너빌리티 매거진' 인터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자본 파괴뿐 아니라 생산량의 감소"라며 "기후변화는 명백히 소득뿐 아니라 산업 분야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 세계 연구진들이 올해 들어 상황을 이전보다 더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세계 기온상승이 처음으로 1.5도를 넘은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등 국제 기후학계는 기온상승이 1.5도 벽을 넘으면 기후변화가 급속도로 가속화돼 이에 따른 피해도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에는 허리케인 밀튼, 중부유럽 대호우, 역대 최악의 북반구 폭염 등 대형 재해가 여럿 관측됐고 올해 들어서는 로스앤젤레스(LA) 대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달 한국에서 발생해 약 4만8천 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을 태운 경상북도 의성군 산불도 기후변화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지금이라도 세계 각국이 협심해 대응에 나선다면 적은 비용으로 대규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든 국가가 함께 세계 GDP의 2%를 '전략적 투자' 형식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사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진다면 2100년까지 지구 기온상승을 2도 아래로 억제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9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아니카 자와즈드스키 보스턴컨설팅그룹 매니징 디렉터는 서스테이너빌리티 매거진을 통해 "기후행동에 따른 경제적 수혜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잘 알려져 있지도 않다"며 "기후 적응과 대응을 향한 투자는 2100년까지 투자한 금액의 10배가 넘는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