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유동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일단 유상증자 1700억을 실시하기로 했는데 이런 규모로는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넘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앞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어떤 조치를 추가로 내놓을지 주목된다.
9일 항공업계과 증권회사 분석을 종합하면 제주항공이 2020년 1분기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악화로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이스타항공 인수도 추진하고 있어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
제주항공은 2020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자본총계 2237억 원, 부채총계 1조814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483.42%에 이른다. 차입금 의존도도 2019년 말 38.8%에서 2020년 1분기에 49.2%까지 높아졌다.
제주항공의 외부감사인은 부채비율 및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제주항공이 계속적 기업으로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는 내용을 검토보고서에 기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680억 원 가량을 들고 있고 단기금융자산으로 312억 원을 들고 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월 최소 400억 원의 고정비성 현금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미 보유중인 현금성 자산을 고려하더라도 정부의 추가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한화투자증권은 제주항공이 올해 2분기 매출 620억 원, 영업손실 960억 원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80.1% 줄고 영업손실은 690억 원 늘어나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해야 한다는 점도 재무적 부담을 가중한다.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시중은행들과 함께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1700억 원을 빌려주는 신디케이트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의 참여가 저조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 산업은행과 인수지원 자금과 관련해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업계에서 17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거론하고 있지만 구체적 지원규모는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을 마무리하게 되면 이스타항공의 부실이 제주항공으로 옮겨갈 수 있어 제주항공은 더 많은 유동성을 확보해야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1분기 자본총계가 –1042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여기에 체불임금 300억 원가량도 안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이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해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길을 터놓았지만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뒤 유동성 유출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최근 유상증자와 관련한 증권신고서를 정정공시하면서 이스타항공 인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주항공은 공시에서 “제주항공이 진행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면서 재무비율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제주항공의 자본잠식 가능성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라 제주항공의 재무구조가 약화되고 있어 위기 극복을 위해 추가적 자금 마련방안을 찾고 이스타항공 인수문제도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으로 바라본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제주항공의 전략적 성장을 고려한다면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규모를 키우는 것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코로나19라는 변수의 비중이 커서 재무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급선무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다각적 측면에서 유동성 확보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유상증자뿐 아니라 유휴자산 매각도 검토하는 등 다방면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