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강화에 노란봉투법까지, 자동차·조선·철강 등 산업계 로봇·AI로 생산인력 대체 '속도'
중대재해 처벌강화에 노란봉투법까지, 자동차·조선·철강 등 산업계 로봇·AI로 생산인력 대체 '속도'
정부가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처벌·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노동자들의 쟁의행위 대상 확대와 노조 상대 손배소 청구 제한 등을 담은 '노란봉투법'을 내년 3월 시행키로 하면서, 산업계가 노동 관련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생산현장에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특히 생산 과정에서 노동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자동차·철강·조선 등의 산업에서는 △쟁의행위 확대 △하청 노조 관리 리스크 △산업안전 강화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로봇 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 이른바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산업계는 인공지능(AI), 자동화 로봇 등 4차 산업 기술을 생산현장에 도입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필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강화, 노란봉투법 시행 앞두고 산업계 아우성, 전문가 "인력 비중 줄이는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발생 기업 처벌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29일 국무회의에서 "노동자의 사망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이 돼선 안된다"며 "안전을 포기해 아낀 비용보다 사고 발생 시 지출하는 대가가 더 커야 한다"며 중대재해 처벌 강화를 주문했다. 그 뒤로 정부 부처들이 잇달아 중대재해 처벌 강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고용노동부는 지난 15일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연간 3명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최소 30억 원부터 최대 영업이익의 5%의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공공입찰을 3년간 제한하는 등 고강도 처벌 대책을 내놨다.한국경영자총연합회 측은 대책 발표 직후 "산업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강력한 엄벌주의 기조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효과적 방안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발했다.한편 노동계의 오랜 숙원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내년 3월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벌써부터 각 산업계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서슴지 않고 있다.노란봉투법은 기존 사용자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정당한 파업을 한 노조나 노동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산업계 측은 노란봉투법이 '쟁의 행위의 일상화'를 유도할 것이며, 이로 인한 생산활동 차질이 기업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또 노조의 쟁의행위 대상을 '근로조건'에서 '경영상 판단'까지 확장함으로써 경영자가 기업 합병, 구조조정, 사업장 이전, 해외 투자 등을 신속히 결정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8월19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200명 가운데 80.9%가 '노란봉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파업횟수와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업들이 우려하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법원 판례, 노동위원회 결정,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과 규정을 마련하겠다"며 "시장에서 과도하게 우려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과 규정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중대재해 처벌 강화와 노랑봉투법 시행 등과 맞물려 앞으로 노사문제 해결에 투입하는 비용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특히 제조업의 경우 로봇이나 인공지능(AI)으로 산업현장 인력을 대체하는 투자가 향후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될 것이란 견해를 내놓고 있다.최승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안전사고에 대한 기업 책임이 강화됨과 동시에 노란봉투법 통과로 잠재적인 노동쟁의 리스크도 커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기업들이 노동 의존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유력한 해법으로 로봇 투자 확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국의 미래 노동력과 인구 부족 해법의 일환으로, 로봇을 적극 도입할 수밖에 없다"며 "인간이 수행하기에 위험한 작업, 안전과 직결된 작업에 선제적으로 로봇을 투입해야 하며, 노동자들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작업'을 수행하게 돼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산업 현장에 인간 대체할 AI·로봇 도입 속도 더 빨라진다국내 산업계는 최근 생산시스템 자동화를 적극 추진해왔는데, 최근 중대재해 처벌 강화와 노란봉투법 시행 등을 계기로 향후 생산라인의 무인화, 전면 자동화를 위한 AI와 로봇 도입에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자동차 업계는 생산직 근로자의 높은 임금으로 생산 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차량 조립 과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현대차그룹의 미국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제작한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은 미국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라인에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현대차는 오는 10월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자동차 생산공장에 '아틀라스'를 시범 투입하고, 데이터 확보·기술 고도화 작업을 거쳐 2028년부터 전면 도입한다는 계획이다.HMGMA 공장은 이미 차체 용접이나 도장과 같은 위험하고 단순한 반복 공정에서는 100%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 아틀라스를 투입해 조립·검수·물류 등 복잡한 과정도 인간을 대체, 생산 자동화 수준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로봇 1대는 인력 1.5명 분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 시점에서 휴머노이드의 가격이 10만 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5년간 사용 시 1시간당 비용은 3.4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공장 인건비의 10% 수준인데 향후 휴머노이드의 가격이 하락한다면 비용 절감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조선 업계는 만성적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조선 업계는 2010년대 장기 불황 당시 대규모 구조조정·임금동결 등의 후유증으로 최근 호황에도 타 업종 대비 낮은 임금이 고착화됐다. 또 더위와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된 열악한 환경과 위험한 작업환경 등으로 젊은 세대가 기피하는 업종의 대명사로 꼽힌다.급기야는 해외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이며 인력난을 일부 해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재직 중인 숙련공들의 은퇴 이후 한국 조선 산업의 근원적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조선·해양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에 따르면 2024년 조선업종의 미충원률은 14.7%에 달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2027년에는 13만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생산현장에서 일할 인력이 부족하고, 또 위험한 작업이 많은 만큼 국내 조선사들은 로봇과 AI를 활용한 '스마트 조선소'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한화오션의 용접자가 레일이 없는 EGW 로봇 용접 장치를 시연하고 있다. <한화오션>한화오션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총 3천억 원을 투자해 자동화율을 최대 70%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를 내세웠다. 현재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에서는 자동화 장비 80여 종이 쓰이고 있다. 또 레일이 없는 자동 용접(EGW) 로봇을 개발해 고위험·고난도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HD현대삼호 전남 영암 조선소는 80대의 로봇이 선박건조 공정의 핵심인 용접 분량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로봇 1대의 생산성은 숙련된 용접공의 2배 정도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HD한국조선해양도 선체를 이동하며 용접할 수 있는 이동형 용접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본격 도입 시점은 내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철강 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와 근로자들의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 업무부담 경감을 위해 로봇 도입을 늘리고 있다.포스코 광양 제철소 현장에서 4족 보행 로봇이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 <포스코>포스코는 2020년부터 광양제철소에 고위험 작업으로 꼽히는 도금 공정에 자동화 로봇을 도입했다. 또 1200℃에 달하는 고로 풍구 점검에 4족 보행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물류 업계에서는 2020년 이후 택배기사들의 연이은 과로사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끈 뒤로, 택배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자동 분류기계(소터)와 물류센터 내 입출고를 수행하는 자동로봇 활용이 대세가 됐다.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 설치된 △오토스토어 △피킹AGV △이송AMR △3D 소터 등 자동화 설비가 인력투입 소요를 줄여주고 있다.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국내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손잡고 물류업계 최초로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인공지능 기반 자율물류운영체계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개발하고 있다.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국내 산업계는 꾸준히 생산현장 자동화에 투자하고 있으며,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중국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중대재해 처벌 강화와 노란봉투법 통과 여부를 떠나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불가피한 투자"라고 말했다. 신재희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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