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인뱅이 온다] 케뱅 카뱅 토뱅이 채우지 못한 갈증, 금융당국 추가 인가 추진하는 이유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2025-04-1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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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금융당국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이 발표된 지 10년, 인터넷전문은행은 국내 은행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지고 왔을까. 또한 제4인터넷전문은행이 나오면 어떤 변화가 더해질까. 비즈니스포스트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10년이 지난 지금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모바일금융으로 금융생활의 모습을 바꿨다.
예·적금 가입과 대출 등 전통적 은행업무도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 금융당국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에 이어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절차에 돌입했다.
26주 적금, 모임통장, 매일이자받기 등 수신상품을 비롯해 지방은행과 공동대출 등 여신영역까지 새로운 금융상품들도 등장했다.
송금부터 환전까지 수수료를 없애는 등 서비스 혁신도 있었다.
이렇게 기존 인터넷은행들이 열심히, 잘 하고 있는데 ‘4번째’가 왜 필요할까?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가 채우지 못한 인터넷은행의 역할은 뭘까?
11일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주요 평가항목과 배점을 살펴보면 2015년에도 2019년에도 이번 2025년에도 배점이 변하지 않은 항목이 있다.
바로 사업계획의 혁신성이다.
기존 금융권에서 공급하지 못한 혁신적 금융상품과 서비스 제공은 변함없이 전체 항목에서 가장 높은 350점을 차지하고 있다. 배점으로 전체 점수(1천 점)에서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금융당국은 앞서 두 번의 인터넷은행 인가를 진행하면서 자본금과 자금조달방안 점수는 높였고 대주주 및 주주구성계획 점수는 낮췄다. 인력과 영업시설, 전산체계, 물적설비 등 항목 점수도 조정됐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사례를 통해 뭐가 더 필요하고 덜 필요한지 ‘경험치’가 쌓였고 금융시장의 변화도 반영됐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의 혁신성은 예전에도 지금도 제일 중요한 요소로 평가한다.
결국 인터넷은행의 역할과 가치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상품을 통해 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실제 인터넷은행 인가 신청 때 채널, 상품·서비스, 신용평가, 프로세스 등 부분의 혁신을 뼈대로 한 사업계획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들 인터넷은행3사가 비대면 중심 서비스로 은행업무의 방식, 프로세스의 혁신을 이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인터넷은행 등장으로 경쟁이 촉진되면서 시중은행들의 모바일 앱도 상향평준화 됐다.
다만 모바일금융 외 금융상품과 시장 혁신을 두고는 평가가 갈린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소비자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인터넷은행이 수신상품 다양성 제고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중·저신용자 대출이나 대안신용평가 등 부분에서 인터넷은행들이 처음에 얘기했던 목표들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과 온라인 활동 빅데이터를 활용한 ‘카카오스코어’를 구축해 중금리대출을 공급하겠다고 했고 케이뱅크는 통신·결제정보 결합,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 구축 역량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은 신용정보를 집중해 관리하는 구조다 보니 현재 인터넷은행들이 내놓은 대안신용평가 모델이 기존 시중은행과 큰 차별성이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역시 2021년 5월 금융당국이 ‘혁신적 포용금융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대출 확대계획’을 통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수준으로 강제하기 전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 소소뱅크, 포토뱅크, 한국소호은행, AMZ뱅크 등 4개 컨소시엄이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위한 신청서를 접수했다. <금융위원회>
서민금융지원 등 포용성은 금융당국의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평가항목 가운데 유일하게 매번 배점이 높아진 부분이기도 하다.
2015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인가를 받을 때는 포용성 점수가 140점이었는데 2019년 토스뱅크 때는 150점, 이번에는 200점으로 더 크게 상향됐다.
서민금융지원, 중금리대출 공급에 더해 이전에 없었던 지역기업에 관한 자금공급 계획 및 실현가능성(50점)이 새롭게 추가됐다. 기존 인터넷은행들은 주로 개인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면서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기업금융 영역에서는 보폭이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은 여신부분에서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기업대출은 이제 조금씩 진출을 본격화하는 단계다.
현재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 도전하는 컨소시엄들이 각각 소상공인, 농업인, 해외동포 특화 은행을 내걸고 있다. 당국의 추가 인가 의도인 ‘포용성’ 확장에 발을 맞춘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소소뱅크 컨소시엄은 ‘소상공인을 위한 은행’을 내걸고 있다. 포도뱅크 컨소시엄은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가 주축이 돼 해외동포 특화은행을 목표로 한다.
AMZ뱅크 역시 농업인과 MZ세대를 위한 챌린지 뱅크를 설립목표로 내세웠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 과장은 2024년 6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간담회에서 “기존 인터넷은행3사가 소비자 편의성을 크게 진전시켰지만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 구축이나 비대면을 통한 개인사업자 대출 등 측면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과장은 이에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이 내세우는 소상공인 특화 서비스가 실제로 구현 가능할지, 특히 비대면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지, 자금조달 능력 등은 있는지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2024년 말 기준 카카오뱅크 2488만 명, 케이뱅크 1274만 명, 토스뱅크 1178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인터넷은행3사의 자본금은 출범 초기 8천억 원에서 현재 122조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막내 토스뱅크까지 순이익 흑자를 내면서 인터넷은행3사가 모두 시장에 안착해 안정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3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접수 결과 소소뱅크, 포도뱅크, 한국소호은행, AMZ뱅크 등 4개 컨소시엄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융위는 민간 외부평가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심사 등을 거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여부를 6월(잠정) 결정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