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04-10 17: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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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금융당국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이 발표된 지 10년, 인터넷전문은행은 국내 은행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지고 왔을까. 또한 제4인터넷전문은행이 나오면 어떤 변화가 더해질까. 비즈니스포스트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인터넷전문은행이 바꿔놓은 일상의 풍경, 아침 출근길 금융앱부터 들어간다 ② 도입방안 발표 10년 출범 8년, 한국은 여전히 발전 초입 단계
③ 케뱅 카뱅 토뱅이 채우지 못한 갈증, 금융당국이 추가 인가를 추진하는 이유
④ 우리 하나 NH농협은행이 한 팀, 시중은행도 인터넷전문은행이 필요하다
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터줏대감 윤호영과 이승건,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한다
⑥ [인터뷰]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우리보다 17년 빠른 일본이 주는 교훈, 차별화가 생명”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이 발표된 지 10년, 이에 따른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한 지 8년이 지났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디지털 인프라와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발전 초입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시도가 처음 나온 것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벤처 및 IT산업 붐이 한창 일던 2002년이다.
▲ 올해로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8년이 됐다. 사진은 2017년 4월3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출범식에서 (왼쪽부터)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 황창규 KT회장,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당시 롯데와 SK, 안철수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V-뱅크라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했는데 은산분리 원칙, 금융실명제 등의 제약으로 무산됐다.
2008년에는 금융당국이 직접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2008년 금융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은행법 개정을 통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은행산업 전체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논의가 중단됐다.
이후 금융당국은 다시 한 번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추진한 것은 2015년이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1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그해 6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당시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이 만들어지기 전으로 도입방안에는 금융과 IT 융합을 통한 금융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최저자본금 기준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진행과정은 속전속결, 그해 11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이 각각 예비인가를 받았고 2016년 12월(케이뱅크)과 2017년 4월(카카오뱅크) 본인가를 거쳐 2017년 4월과 7월 각각 영업을 시작했다.
토스뱅크 출범으로 이어진 제3인터넷전문은행 이야기가 나온 것은 그로부터 1년 뒤인 2018년이다.
▲ 2015년 10월1일 카카오뱅크 출범을 이끈 이용우(왼쪽) 윤호영(가운데) 당시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금융위원회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은 주요 주주의 지분보유한도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전문은행법이 국회를 통과한 해로 금융당국은 그해 5월 금융산업 전반의 경쟁 촉진을 목표로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 3월 2개 컨소시엄이 예비인가를 신청했으나 외부평가위원회 평가 결과에 따라 두 곳 모두 인가를 받지 못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그해 7월 신규 인가 재추진 방안을 발표했고 12월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부여했다.
이후 토스뱅크는 2021년 6월 본인가를 받았고 2021년 10월 영업을 시작하면서 지금의 인터넷전문은행 3사 체계가 갖춰졌다.
금융당국은 현재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 3월 말 예비인가 신청을 받았는데 접수 결과 소소뱅크, 포도뱅크, 한국소호은행, AMZ뱅크 등 4개 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냈다.
금융위는 6월 안으로 예비인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을 세웠다. 이후 본인가 일정 등이 무탈하게 진행돼도 빨라야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 한 관계자는 “예비인가가 컨소시엄의 계획서를 보고 은행업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단계라면 본인가는 예비인가 이후 실제 자금을 투입해 인력을 모으고 은행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라며 “예비인가 이후 본인가까지 1년 이상이 걸리고 본인가 이후에도 실제 영업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체계가 갖춰진 지 3년6개월, 4사 체계까지는 앞으로 1년 이상인 남은 셈인데 글로벌 주요국과 비교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역사 자체도 짧을 뿐더러 확대 속도도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평가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통상적으로 은행서비스를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제공하는 무점포 은행으로 규정되는데 이런 형태의 은행은 1995년 미국에서 처음 설립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은 1995년 미국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Security First Network Bank)를 시작으로 1998년 영국의 에그뱅크(Egg Bank), 2000년 일본의 재팬넷뱅크(Japan Net Bank, 현재 페이페이뱅크) 등이 설립되면 영국, 일본, 유럽 등으로 확산됐다.
미국에서는 현재 수십여 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쓴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성과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법적 실체가 일반은행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별도로 그 개념을 관련법에 정의하고 있지 않다.
다만 실무적 구분을 위해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은행 예비인가서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로 전자적 접근채널(electronic distribution channel)을 이용해 영업하는 은행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당시 3단계 기준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확인되는 미국 은행을 추렸고 최종적으로 분석대상을 38개로 확정했다.
2024년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작성한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지난해 3월 기준 10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다.
2000년 재팬넷뱅크를 시작으로 2001년 소니은행과 라쿠텐은행, 세븐은행, 2007년 SBI주신네트은행과 이온은행, 2008년 지분은행, 2011년 다이와넥스트은행, 2018년 GMO아오조라은행과 로손은행 등 약 2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은행이 확대됐다.
미국과 일본은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은 부실화에 따라 영업이 종료되기도 했고, 다른 대주주에 인수돼 주인이 바뀌기도 했지만 지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초기부터 국내 은행권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사진은 2015년 7월2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주요 인가심사기준 설명회에서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임채율 당시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은행총괄팀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다양성 확대, 수익성 강화 등이 주요 과제로 평가된다.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한국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본 인터넷전문은행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성장성은 높으나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한국 인터넷전문은행은 향후 성장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기술 발전 수준과 한국의 디지털통신 인프라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발전에 최적화한 만큼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해 더욱 빠르게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이 한국보다 인터넷전문은행 개화 시기가 17년 가량 빠르지만 일본 역시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한 코로나 이후 인터넷전문은행이 급성장했다.
향후 시간이 지나면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의 특징이 서로 뒤섞이면서 차이점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한 관계자는 “기술 발전 수준에서 볼 때 미국과 일본은 어찌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시장이 조금 빨리 열린 경향도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은 결국 기술 발전에 따라 생겨난 것인데 향후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개념자체가 무색해지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