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본업인 보험에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2조 원이 넘는 높은 순이익을 거뒀지만 본업인 보험손익은 제도 변화 등에 영향을 받으며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투자순익이 증가하며 줄어든 보험순익을 만회했지만 보험사 본연의 업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는 질타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주춤한 보험 본업 수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
홍 사장은 취임 뒤 꾸준히 ‘보험을 넘어서는 보험’을 강조한 만큼 자산운용 수익뿐 아니라 ‘보험’ 본업 경쟁력 제고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21일 증권사 보고서를 종합하면 삼성생명이 지난해 4분기 보험손익 적자를 기록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밑도는 실적을 냈다.
이날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2024년 4분기 계리적 가정 변경 등의 영향을 받으며 삼성생명 보험손익이 적자로 돌아섰다”며 “이에 따라 4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647억 원으로 컨센서스를 70.6% 밑돌았다”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예상보다 부진한 보험손익 등의 이유로 삼성생명 목표주가를 12만 원으로 4.0% 내려잡았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 보험이익에 반영된 비용 가운데 약 7800억 원이 일회성이라고 판단한다”며 “제도 변경 등 비경상적 요인에 따른 손실이라 해도 급격히 커진 실적 변동성이 아쉽다”고 짚었다.
삼성생명은 4분기 보험손익 적자에 영향을 받으며 연간 보험손익으로 5420억 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2023년보다 62.6% 줄었다. 같은 기간 투자손익은 2조272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04.5% 증가했다.
법인세 등을 차감한 뒤 남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2조 원을 넘겼다. 하지만 본업인 보험보다 투자손익에서 대부분의 실적이 발생한 셈이다.
20일 진행된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도 보험손익과 보험 수익성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삼성생명 측은 “일회성 요소가 많이 발생하며 보험손익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해 시장에서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익성이 높은 건강보험 중심 판매를 확대하고 보유 계약 관리를 강화하며 2025년에는 1조 원 이상의 보험손익을 달성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여러 제도 개편 등으로 유배당 연금보험 기대수명 개선, 해지계약 회계처리 방법 변경, 발생사고 요소 조정, 보험금 및 사업비 예실차(예상과 실제 발생한 비용 사이의 차이) 등 계리적 가정 변경 요인이 다수 발생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국내 보험사 가운데 보험 계약 건수나 금액 등 규모 면에서 가장 큰 만큼 같은 제도 변화에도 다른 보험사보다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사장이 2023년 3월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건강보험 판매를 강조하고 상품 경쟁력 확보에 힘썼다는 걸 고려하면 보험손익 부진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은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서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많은 보험사들이 판매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홍 사장은 취임 초기 강조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아우르는 보험업계 건강보험 1위’라는 목표를 올해 신년사에서 다시 언급할 정도로 건강보험 시장 점유율 확대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생명은 건강보험 상품 경쟁력 확보에도 힘쓰며 지난해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은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했다.
배타적사용권은 생명·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가 새로운 제도 및 서비스, 위험담보 등에 일정 기간 독점 판매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로 일종의 보험업계 특허권을 말한다.
▲ 삼성생명은 지난해 건강보험 판매를 늘리며 미래 수익성 지표인 신계약 계약서비스마진(CSM) 가운데 건강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였다. <삼성생명 IR자료 갈무리> |
이에 힘입어 지난해 삼성생명은 미래 수익성 가늠 지표인 신계약 계약서비스마진(CSM) 가운데 건강보험 상품 비중을 58%까지 높였다. 1년 전보다 21%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미래 수익성 기반을 확보했을 뿐 구체적 성과로 드러나지 않으며 보험손익 전체로는 아쉬움을 남겼다.
홍 사장도 이를 인지한 듯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멀리 뛰기 위한 도움닫기를 해왔다면 올해는 작년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실제로 멀리 뛰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홍 사장과 삼성생명은 올해 보험 본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영업을 확대하고 수익성이 높은 건강보험 중심으로 매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실적발표에서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높은 건강 상품 중심의 판매를 확대해 신계약 CSM을 높이고 있다”며 “전속 영업채널 경쟁력 강화와 건강보험 판매 확대 등으로 2025년에는 1조 원 이상의 보험손익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