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는 금융사고 제로화를 위한 사람, 절차, 기술의 입체적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김 행장은 이번 금융사고 공시 불과 며칠 전 신년사에서도 “최근 은행권의 금융사고가 점증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은행도 경각심을 갖고 금융사고 예방에 적극 힘써야 한다”며 “힘들게 쌓은 고객신뢰의 공든탑은 단 한 번의 금융사고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행장 임기 내내 대규모 조직적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조직 최고경영자로 내부 관리에 미흡했다는 오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기업은행에서 수백억 원대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 자체가 10여 년 만이다.
기업은행은 앞서 2014년 생활가전기업 ‘모뉴엘’ 대출사기에 휘말려 1508억 원을 빌려줬다가 부실심사 등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모뉴엘은 해외수입업체와 공모해 허위 수출자료를 바탕으로 한 매출채권을 기업은행을 포함한 은행 6곳에 매각했다.
기업은행은 모뉴엘 사건 이후로는 최근 10년 동안 100억 원 이상 금융사고는 없었다.
이번 사고를 제외하면 김 행장 체제인 2023년(5건)과 2024년(7건) 공시된 금융사고는 모두 10억 원 미만 사고였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도 기업은행의 이번 부당대출 사고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국이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은행권 금융사고에 경영진의 조직문화 쇄신과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 구축 등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기업은행의 긴장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기업은행의 부당대출 사고를 엄중히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앞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기업은행) 조사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 내용이나 액수를 말할 순 없지만 단순히 한두 명 직원의 일탈보다 본질적이고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전날 은행장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기업은행의 문제는 온정주의나 외연 확장주의에서 비롯됐다고 본다”며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큰 책임을 물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이번 기업은행 부당대출 현장조사를 다시 연장하지 않고 21일 마친다면 예상보다 빠른 시일 안에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기업은행 조사는 우리은행·KB국민은행 등과 달리 종합검사가 아니었고 이 원장의 임기도 6월까지로 그리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감사결과에 따라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여신 프로세스 개선과 임직원 대상 사고 예방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