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5-02-20 15: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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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 정부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건설·부동산 대책에 미분양 해소 방안이 포함됐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정부가 해소하려는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전체의 20% 이하의 규모인 데다 탄핵 정국에서 정책 동력이 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일부 지방 건설사에 국한된 효과 탓에 부동산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 정부의 미분양 대책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ㄷ. 부산 동래구 및 금정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20일 건설업계 안팎에 따르면 미분양 적체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이 어느 정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 시선이 몰린다.
전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건설·부동산 대책은 현 정부에서 처음으로 지방 미분양 물량 해소를 전면에 내건 대책이다.
정부는 2022년 8·16 대책을 내놓은 뒤 2023년 9·26 대책, 지난해 1·10 대책과 8·8 대책 등 대규모 건설·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이 대책들의 내용을 보면 부실 축소, 비아파트 주거 지원 등도 포함됐지만 2022년 8·16 대책에서 5년 동안 270만 호 공급 방안이 핵심으로 꼽힌다. 구체적 정책 수단은 재개발·재건축 촉진,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등 공급에 치중됐었다.
지난해 주택부동산 경기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이 다소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건설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미분양 물량 지표는 대폭 악화했다.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공급과 관련한 주요 지표인 착공 및 분양 실적은 각각 30만5331호, 23만1048호로 전년보다 26.1%, 20.1%씩 증가했다.
반면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말 기준 7만173호로 1년 전보다 8천세대 가까이 늘었다. ‘악성재고’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1480호로 2014년 7월(2만312호) 이후 10년여 만에 2만 호를 넘어섰다.
특히 시장 악화 여파가 극심한 지방에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만7229호를 기록했다. 1년 전(8690호)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가 발표한 이번 대책도 준공 후 미분양 물량 해소에 집중돼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수요 등을 고려해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3천 호 수준으로 직접 매입한다.
또 현재 비아파트에만 허용되는 ‘매입형 등록임대’를 전용면적 85㎡ 이하에서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에도 적용하고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운영하는 CR리츠(기업구조조정리츠)도 상반기 안에 출시를 지원한다. 초기 CR리츠 미분양 주택 매입 규모는 3800호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의지를 보였다는 점, 지방 주택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 건설사에 단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전날 대책에는 정책금융기관이 중소·중견 건설사를 대상으로 8조 원 수준의 자금을 공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발표한 건설 경기 부양책은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뤘다고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대한건설협회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토지주택공사의 직접 매입과 CR리츠 출시는 고사 위기에 놓인 지방 건설사에 즉각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의적절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건설업계와 시장에서는 규모와 내용, 실제 효과 측면에서 정부대책의 파급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먼저 현재 확정된 준공 후 미분양 매입 물량이 효과를 낼 정도로 많은 규모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토지주택공사가 매입하기로 한 3천 호는 지난해 말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전체 물량(1만7229호)의 17% 수준에 그친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증가 속도를 봐도 이번 대책에 포함된 매입 규모 수준의 효과가 높지 않다는 점을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2427호가 급증했다.
또 주택수요 확대를 촉진할 수 있는 직접적 지원 사항이 빠져있다는 점도 이번 정부 대책의 한계로 꼽힌다.
이번 대책 발표 이전 업계에서 예상했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과 관련한 금융 및 세제 지원과 7월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적용 유예 또는 완화 내용은 실제 대책에서 제외됐다.
물론 정부가 지방 건설경기 상황 등을 살펴본 뒤 지방에 적용할 3단계 스트레스 DSR 관련 구체적 적용범위 및 비율을 4~5월쯤 발표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당장 대규모 대책 발표에서 빠진 것에 관한 아쉬움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금융 및 세제 지원 등은 법 개정과 연관된 내용인데 탄핵 정국에서 다수의 정책에 힘이 실리지 못하는 현실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많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대책으로 주택수요를 직접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지원책이 부재했다”며 “탄핵 정국에서 리더십 부재 여파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바라봤다.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기획재정부>
특히 지방의 일부 중소 건설사에만 실질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돼 수요 진작책이 제외된 상태에서 부동산 경기 전반을 끌어올리는 실효성이 크지 못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에서 대형·중견 건설사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보다는 중소 지방건설사의 물량이 주요 매입 대상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소 지방건설사의 상황이 더 악화한 점을 고려하면 적절한 정책이지만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어려운 시장 전반에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규제 등은 여전히 조여 놓은 상태에서 일부 물량에 대책이 적용되는 것인데 아파트 품질 등을 바라보는 높아진 수요자들의 눈높이를 고려해보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실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정부 대책이 부실 업체들이 정리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다소 냉소적인 분석까지 나오기도 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 하에 추진되는 정책으로 세제 개편 등 민감한 사안을 포함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적극적 부양책이 논의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며 “그러나 건설업계는 낮은 진입장벽으로 업체가 난립해 있는데 소극적 정부 정책은 오히려 시장 논리에 따른 질서정연한 구조조정이라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대형·중견건설사에게 미분양,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실적 부담으로 다가오기는 하지만 감내할 만한 수준이었다”며 “당장 이번 대책이 극적인 시장 상황 반등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보여 전반적으로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