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열린 1차 변론기일부터 이번달 18일 열린 9차 변론기일까지 윤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에 변론의 초점을 맞춰왔다.
특히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18일 열린 9차 변론기일에서 변론의 절반을 부정선거론으로 채웠다. 2시간의 변론 시간 가운데 1시간을 넘게 부정선거론과 중국 배경론을 제시했다. 이 과정 중 '중국'을 무려 73번 언급했다.
도태우 변호사는 이날 "계엄과 선거관리 시스템 비상점검의 정당성에 관한 진술을 시작하겠다"며 부정선거론을 거듭 주장했다. 심지어 2024년 총선의 부정선거 가능성도 언급했다.
뒤이어 차기환 변호사도 "(중국의) 하이브리드전에 대해서 증거 설명을 드리겠다"며 중국의 선거 공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차 변호사는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이러한 문제를) 알려야겠다는 대통령의 충심이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변론을 끝맺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4일 열린 5차 변론기일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도록 지시했다고 직접 진술하기도 했다. 부정선거 확인 차원에서 계엄군을 선관위에 보냈다는 것이다. 병력 투입 지시를 직접 인정한 것은 이 대목이 유일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선관위에 (병력을) 보내라는 것은 제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검찰에 있을 때부터 선거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아보면 투표함을 개함했을 때 여러 가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엉터리 투표지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변호인단은 4차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22일 100여 개에 달하는 추가 자료를 제출하는 등 총 500여 개의 증거를 헌재에 냈다. 상당수는 부정선거론을 옹호하는 극우 성향 인터넷 자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은 2022년 7월 대법원이 기각한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선거무효 소송 당시 투표용지 사진을 변론 자료에 첨부했다. 도장이 뭉개진 투표지로 이른바 '일장기 투표지'다. 극우 유튜버들이 부정선거 증거라며 자주 거론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다.
대법원은 당시 "도장을 찍는 과정에서 뭉개진 결과일 수 있다"며 기각했는데 윤 대통령 측이 헌재에 다시 부정선거 입증 자료로 제출한 것이다.
▲ 윤 대통령 측 대리인 차기환 변호사. <유튜브 갈무리>
심지어 배진한 변호사는 인터넷 가짜뉴스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무리수'까지 뒀다.
배진한 변호사는 지난달 16일 2차 변론기일에서 "메이저 신문사는 아니지만, 수원 (선관위) 연수원에 있던 중국인들 99명이 오키나와 미군 부대 시설 내에 가서 조사받았고, 부정선거에 대해 자백했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주한미국조차 직접 나서 가짜뉴스라 부인한 것이다. 특히 기사의 취재원은 자신을 미국중앙정보국(CIA) 요원이라 주장하는 극우 성향 유튜버임이 확인 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이 이처럼 부정선거론을 주요 재판 전략으로 들고 나온 것은 계엄 선포의 합리적 근거를 따로 제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엄 선포 요건인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사태"에 가장 가까운 것이 부정선고론이었던 셈이다. 핵심 지지기반인 극우 지지층 사이에 부정선거론과 혐중정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의 이런 전략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헌재 재판관들은 직접 신문 과정에서 증인 등에게 부정선거 관련해 단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강성 지지층을 겹집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이지만 강성 지지층의 서울서부지법 폭력사태 등으로 오히려 ‘극우’ 이미지만 강화됐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양지민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YTN '뉴스특보'에서 "법리적으로 다퉈서는 이것을 위헌, 위법적인 계엄이 아니라 내가 정당했고 당시에 전시사변, 이에 준하는 비상상황이었다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